그는 아직도 대화를 선명히 기억했다.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순간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그 때의 대화. 표정에 무엇이 담겼는지 더럽게 잘 아는 사이란, 침묵을 지켜도 대화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질문 몇 개에 대한 침묵 몇 개는 찡그리고, 한숨을 내뱉었으며, 그저 째려보는 등의 제스쳐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그것이 대답이었고 곧 가감 없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내비치는 것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대화는 그 미치광이와의 대화가 아니라, 그 이후였다.
그의 영웅이 두 번째로 몰락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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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그의 형제의 맨얼굴은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맨얼굴이 까이면 이름도 까이기 참 쉬웠는지, 열띠게 달아오른 히어로들의 실제 신상에 관심이 많은 탓이었는지, 그의 형제의 이름은 기어이, 다른 동료들이 그러했듯 큼지막한 글자로 인쇄되고 타이핑됐다. SNS 계정이 삽시간에 시끄러운 자명종이 되었고, 곧이어 한순간에 사라졌다.
맨 처음, 데우스에게 일이 터졌을 때 일상적인 사진을 다 내리는 게 낫겠다는 충고를 한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 계정에는 신더의 얼굴과 두 사람의 어머니의 얼굴도 같이 있었으니까. 정말 지워야 해? 제법 애처롭고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물음이었던 것 같았다. 신더는 행동으로 뭔가를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봤기에 제 계정을 지워 시범을 보여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그 당시에나 지금이나 SNS를 별로 즐겨 하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엄격하게 설득시킨 결과가, 그의 형제만 드러나 다행인 꼴이 되었는지 어쩐지는 그로서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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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웠어?”
“…응.”
“여기, 차가운 물.”
할 수 있는 위로가 얼마 안 되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처음 겪는 일에 대한 패닉은 몸소 봐 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걸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었다. 그러니, 그저 불안감을 최대한 없애 주는 수밖에.
“많이 피곤하지.”
“…응.”
“경찰 조사에, 지금은… 어휴.”
두 사람은 지금 다른 방에 있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히어로들이 한창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딱 그 무렵이기도 했다. 토론을 위한 방은 드넓은 곳이었고, 이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두 명이서 대화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사물함이 즐비한 것만 빼자면. 문과 벽 너머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다. 그 사람들만 시끌거릴 예정은 아니었다.
“어쩌다가 파벌이 나뉜 거야?”
“아무래도… 이번 일 때문이겠지.”
“…미치겠네, 입장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분열돼서 좋을 거 없는 건 다 알텐데.”
공기가 조금 차가워졌나? 제 형제의 눈치를 살피던 붉은 머리의 남자는, 시선이 줄곧 자신에게 향하지 않은 채 바닥만 보고 있는 눈 앞의, 그의 영웅을 보고 있었다.
“데우스 아저씨가 제일 불안해보였으니까, 아마 주도를 먼저 하신 게 아닐까? 그, 알람 폭탄도 그렇고.”
“주도를 왜 이렇게 하는 거야.”
“…드러나면 안 되는데 드러났으니까, 미래가 무서운 거겠지.”
제 형제도 똑같을 터였다. 더군다나 그의 형제는 입지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았다. 유일한 입지가 신더였고, 또한 그의 스승이라 할 수 있었던 시어도어 레드우드였으나, 베테랑은 급하게 서류 처리를 하기 시작해 회의가 열렸다는 소식만 들었을 터였다.
“넌 어떻게 생각해?
“뭘?”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해?”
노란 눈을 마주 보는 눈이 어두컴컴했다. 새벽녘이라 빛이 들지 않아서 그렇겠지. 전구는 분명히 켜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너?”
“아니, 다른 사람들.”
“내가 그냥 솔직하게 말하길 바래, 아니면 뭐.”
“가감 없이 그냥.”
“…후회 없지?”
그는 이 때를 후회한다. 끄덕거리는 것을 보고도 그냥 입을 닥쳤어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은퇴는… 해야 하는 게 맞지."
공기가 차가워졌다. 그 당시에는 후회 없음을 머리로 새겼지만.
“농담이 아니라, 당장 다른 분 중에도 하루종일 시달리느라 활동 자체가 안 되고 있잖아.”
“…그치.”
“다른 한 분은 무슨 클레이 사격 탄알에 맞고 오시질 않나.”
“…응.”
“대낮은 어떻게 못 한단 말이야.”
“…그래서?”
기가 차다는 듯한 소리가 목 언저리에서 숨을 쉬었다.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한 명의 얼굴이 구겨질 쯤에, 바닥을 보던 다른 한 명은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래서?”
“낮에 활동이 가능하면 되는 게 아닐까?”
“아니, 시민들 다친다고.”
“…폐건물들도 많아지는데 시민들이 거길 갈까?”
“빌런들은 거길 가줄 것 같아?”
“아니, 고집 부리지 마.”
“여건만 만들면 되는 거잖아. 데우스 아저씨가 청원도 하겠다고 하셨어.”
“…하, 잠깐만, 그 사적 제재 합법화 그거 말하는 거야 지금?”
“인정 받고 합법적으로 하면 보호도 받을 수 있게 되고 그렇잖아, 은퇴 안 해도 되고.”
“그대로 말해 줄게, 악용 가능성 같은 거. 지금 왜 자경단 형태로 운영됐는지 알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 자체가 의의고 정의였어.”
“인력도 어떻게 못 채우는 형태인 건 맞잖아. 게다가 너, 그 말 있지. 날 여기에 끌어들인 시점에서, 그리고 나랑 대립하는 시점에서 아귀도 안 맞고.”
“…아 젠장 진짜! 생각해 봐, 나중에 빌런이 되고 싶은 사람이 그냥 합법화를 들먹이면서 뭘 어떻게 이용해 먹는다면 어쩔거야?”
“내부 규정은 그럴 때 있는 게 아닐까?”
“퍽이나 잘 솎아내 지겠다.”
“왜 그렇게 부정적인 거야?”
“좀, 생각해 봐. 이미 사회 전체에 드러났다고. 내가 굳이 다른 이유를 댈 필요도 없이, 사회 전체에 드러났다는 것 하나로 이미 끝 아냐?”
“그러니까 왜?”
“아니 진짜… 스파이가 그냥 네 옆에 붙어버려도 모른다니까? 넌 대놓고 정체가 발각됐는데?”
“이번 일은 그런 거 없어도 그냥 정보가 죽 새버렸잖아.”
“참나, 이번 건 특수한 경우고. 일반적인 경우에서까지 정보 새는 꼴을 봐야 겠어?”
“그렇다고 은퇴를 시키고 싶어? 나를? 다른 사람들을?”
“…그냥 걱정이라고. 그렇게 드러낸 채로 활동하면, 그냥…”
“뭐가 걱정되는데? 나도 성인이야. 저 분들도 다 성인이야. 뭐가 어떻게 걱정돼?”
“그래, 성인이라서 그 알람 폭탄에 패닉도 오고 그랬지.”
“그건!”
“가볍다고 생각 안 해. 사회에 드러나잖아? 그러면 대응도 못 하고 죽을 가능성이 미친 듯이 높아진다고. 너가 대학을 갔어, 네 동기가 친해지고 싶어서 음료수를 줘, 근데 걔가 어디 하수인이라 그게 독이야. 어쩔 건데?”
“…싫어.”
“뭐?”
“싫다고 했어.”
이때쯤부터 당시의 그는 아마 화로 넘실거렸을 것 같다. 적어도 그 스스로의 생각이었다. 설명을 해줘도 떼를 쓰는 자신의 형제에게 뭘 더 어떻게 해야 하지? 노란 눈에 스파크가 튈 수 있었더라면 튀었을 것이다. 맞추고 있는 저 눈이 지독하다고 생각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이 땐 그 독기 좀 억누르길 바랬었다고, 생각을 했었다.
“은퇴하기 싫다고?”
“알아서 대응 방안은 마련해 주실 거 아냐.”
“어느 부분을 어떻게 뭘 마련해? 당장 지금도 불안한데?”
“시끄러워. 그 정도 의심은 나도 다 할 수 있어. 너가 교육한 거야. 너가 이미 대응 지침은 다 나한테 알려줬어. 맞잖아.”
“…허.”
“여기 있을 거잖아, 그리고. 너.”
“…글쎄.”
마치 배신당한 것 같은 반응이었다. 그의 형제의 뒤는, 정말 얼마 없었으니까. 베테랑과 이어주는 연결 다리가 은퇴를 홧김에 선언할 것 같자 불안함이 서리기 시작했다. 신더로서는, 입꼬리를 조금 늘리기도 했다. 제 은퇴를 걸고 내기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늘어진 입꼬리가 위를 향했는지 아래로 그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실상 그저 감정적인 대응 뿐이었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왜 거기서 글쎄가 나와?”
“뭐. 난 은퇴하면 안 되냐?”
“안 털렸잖아.”
“넌 털렸잖아.”
“…지금 연쇄적으로 뭐가 일어날 거라고 상상이라도 하고 있어?”
“상상이 아니라 예측이라고 해라.”
“망상.”
“이 새끼가 진짜.”
“…솔라리움. 아니, 됐어. 버나드. 내 말 들어. 버나드 트레이, 내 말 들으라고 했어!”
우악스럽게 양 어깨를 붙잡은 건 순식간이었다. 제 형제에게 으르렁대며 정신 차리라는 듯 양 어깨와 팔을 붙잡은 붉은 머리의 남자는 사뭇 간절해보이기도 했다. 돌아오는 답변이 생각보다 매몰찼지만. 마주 본 눈에서 울컥한 게 느껴졌고, 그 시점에서 독한 말이 날아오겠거니, 생각했다.
“뭐가. 넌 우리 엄마의 이름이 그대로 공중분해 되길 바래?”
“그러는 넌 이대로 악용의 끝에 그 이름이 같이 새겨지길 바래?”
“왜 못 믿어? 날? 그 사람들을?”
“…내 말 좀 들어줘.”
“너야말로.”
“제발.”
“난 싫다고 했어, 내가, 어떻게 지킨 이름인데, 어떻게… 엄마한테 자랑스럽게 비칠 이름인데.”
“하나도 안 자랑스러운 일 일어날 거야.”
“절대 그럴 일 없어.”
“데우스가 저러지 않아도 되는 데 저러는 데에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래도 타협점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거 아냐. 왜 믿지를 못 해.”
“아 젠장, 니 목숨도 위험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후회하지 않는 말이 있다면, 형제의 목숨을 걱정한 것을 꼽을 수 있었다. 실제로 무기상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격 소총을 싼 값에 내놓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팔려나갈 줄은 몰랐다고 했으니까. 뿐만 아니라 그냥 돌격 소총들도. 눈 앞에서 쏴재끼고 튀어도 아무 대응도 못 할 게 그림으로 그려지는데, 왜 이해를 못 해.
“이름이 니 목숨보다 소중해?”
그에 대한 대답은 들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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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아, 그 회의 있잖아.”
“뭐.”
“넌 아예 은퇴 선언하고 그냥 뛰쳐나갔지만 난 거의 마지막까지 뻐팅겼거든.”
아이언애로우는 채 한 잔을 비우지 못한 술잔을 치우고 자신의 핸드폰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옆 자리에 앉은 그는 빼꼼히 보려고 상체를 기울였다. 막지는 않는 걸 봐선 단순히 온 문자를 확인하거나, 굉장히 프라이빗한 걸 처리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본론을 위한 움직임이구만? 알코올 때문에 조금 더웠던 것이 한 순간에 서늘함으로 바뀐다.
“내가 여기 온 이유중에 제일 큰 거.”
아이언애로우는 강경하게 은퇴를 요구하는 게 아닌,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몸을 사리자는 안전한 방향을 원했다. 중도적인 길을 계속 요구하던 사람이 없지 않았다. 솔직히, 그의 형제가 안전을 추구한다 했다면 지금쯤 아이언애로우와 같은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눈 앞에 보이는 건 제법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거 입금 내역 아냐?”
“위에는 내가 거절로 보낸 돈이고!”
“발신자는?”
“누구겠어?”
지금의 거미가 한참 옛날에, 안전을 위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은퇴하라고 외치게 한 내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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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댁들은 아는 내용일지 모르겠네.”
그 시각, 베테랑들이 온갖 술들을 까고 있는 곳에서, 홀로 빨대로 처량하게 술을 마시던 도노반이 입을 열었다. 배신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에는 단어 선택이 도발적이었다. 이번에 헛소리가 나오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듯한 나머지 셋의 태도가 일품이었다만,
“다른 은퇴파 사람들이 연 끊어버린 거 말이지.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자네 사례처럼 무슨 돈이라도 찔러넣었겠지, 안 그런가?”
참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직 사령관은 잔 안의 차가운 얼음을 달그락거리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안전파가 왜 진즉에 축소됐게?”
“아, 거기서부터였나.”
이중으로 돈을 찔러넣었을 줄은 몰랐는데. 한참 회사를 세우고 페이퍼 컴퍼니가 아님을 입증하는 동시에 댈러쉬의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이 주욱 있었던 그로서는, 낭패 어린 표정을 짓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어쩐지 낌새가 이상하더라니, 하는 옛날의 회고는 왜 기정사실이 되는가.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도발했잖아, 테오.”
“그건 자네 아들한테만… 아니, 잠깐만, 설마.”
그녀는 불이었고, 유동적인 형태를 띠는 것을 운용하는 자였다. 그 중에서도 잘못 다루면 위험해지는 것을. 그만큼 그녀는 위험을 직감하고 다루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고, 이 소식을 들은 뒤에도 태연했던 이유는 순전히,
“그냥 소식이 다 끊겨서 게릴라적으로 준비한… 인터뷰였는데.”
굉장히 게릴라적으로 움직이는 데에 능통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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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적도 없지만, 취했어도 확 깨는 소식을 현대에 와서 겨우 접하게 된 그였다. 붉은 머리의 남자는 다가오는 가을 바람의 냄새에 살얼음이 섞인 것 같아 깊은 숨을 들이켰다. 그 얼음의 근원지를 찾아 깨부수는 게 목표라곤 하지만, 폐부가 차갑다는 느낌을 지우기엔 일렀다.
“아무튼 이렇게 약속 잡은 것도 그렇고, 온 것도 그렇고. 난 전할 거 다 전했어.”
“그래서, 갈 거냐.”
“아니? 돌았어? 이걸 받고 안 빡치게?”
“성깔 하고는.”
이제야 저의를 시원하게 파악하게 된 옛 동료는 결국 현재의 동료가 되었다.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조용히 붉은 머리의 남자에게서 흘러나왔다.
“지는?”
“아 예.”
이제 일어나자, 라며 덜컹 소리를 내고 자리를 뜬다. 계산은 누가 할래? 라는 말에 실랑이를 벌이는 게 영락없는 이십 대의 어느 청년들 같았다. 거무죽죽하고 온기 없는 짙푸름이 가득한 이 도시에, 9월쯤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횃불과도 같은. 소소하고도 생동감 있는 활력이 투닥거림에서 한창 흘러나오던 때에,
“계산하겠습니다.”
“…아, 진짜… 계산이요.”
기어이 옆에 죽치고 있던 사람이 계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더는 얼척이 없다는 표정으로, 곧바로 그 사람을 가볍게 밀치고, 딱히 제대로 밀쳐지지도 않았지만, 자기 지갑에서 주섬주섬 재화 같은 것들을 꺼내 놓았다. 아이언애로우는 이열, 하는 감탄사와 함께 고맙다며 실실 웃고 있었다.
“아, 나 또 약속 있는데.”
“응? 집 안 가?”
“먼저 가 있어라. 아저씨들이랑 엄마 좀 봐 줘, 그리고.”
알았어! 하고 손을 흔들며 가는 것이 제법 쾌활했다. 그가 말한 약속이라는 것은 이제 이 사람이랑 해야 하는, 방금 막 생긴 약속이다.
“그래서 녹음은 했어?”
“했어.”
“…들은 소감은?”
“어떻게 들으면 들을수록 너가 맞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까.”
“누가 알았겠어, 이렇게 될 줄.”
넌 몰랐어? 하는 눈짓이 그를 향한다. 솔직히 몇 년 정도는 믿었던 그였기에, 정말로 몰랐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없었다. 수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연속적으로 튀어나올 줄도 몰랐고, 이렇게 더럽게 판을 깔고 있을 줄도 몰랐지. 밑작업을 무슨 언제부터 한 거냐며 중얼거리는 말에 허탈한 웃음이 형제로부터 나왔다.
“알 줄 알았는데.”
“아니, 솔직히 이렇게까지 판 깔고 타락하고 이럴 줄 누가 알았겠냐고,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그래도 날 말렸잖아.”
“말리는 데 실패한 걸 보면 모른 게 확실하지.”
“그것도 그렇네.”
“아 맞다, 좋아. 중요하진 않지만 질문 사항이 있어.”
“어떤 건데.”
“…솔라리움이라는 이름이 목숨보다 중요해?”
그는 7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신더는 저 말에 대한 진위여부를 묻지 않았다. 아니라는 대답과 그렇다는 대답 모두를 들을 각오를 하고 왔으니까. 명예가 소중하건, 목숨이 소중하건, 이름이 소중하건, 하여 긍정을 하건 부정을 하건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