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cm
일단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고 여리여리 하다는 느낌이다?
새까만 머리카락은 기이이일게 허리까지.
달빛노랑색 눈동자.
갈피.
눈은 날카롭지만 눈썹이 부드러우니까 적당히 상쇄되지 않을까?
흑단나무같은 긴 머리카락이나 나긋나긋한 육체까지는 그럭저럭 소녀다웠다. 하지만 서늘한 달빛노랑색의 눈동자나 물이라도 들인것처럼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구릿빛 피부는 소녀는 커녕 인간답지도 않아보였다.
그런 어긋남은 작은 몸집의 아가씨로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를 예삿존재가 아닌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어디까지나 본능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기에 소녀는 아직 사람처럼 보였다.
뒷머리와 마찬가지로 길게 늘어뜨린 앞머리를 왼쪽으로 쓸어넘겨 비대칭을 만드는 소녀의 표정은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있었다. 눈은 웃고있지 않았다는 표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듯한 표정이었지만 화가 나면 날 수록 환한 미소를 짓는것이 소녀이니 만큼 저 정도가 딱 좋으리라.
제 눈동자와 꼭 어울리는 빛깔의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장신구도 물론 걸치고 있었다. 목걸이, 반지, 팔찌... 그 중 피어스 계열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걸 눈치채는 사람은 드물었다.
상처나 흉터없이 깨끗한 몸인것은 역시 소녀의 능력 덕분이겠지.
접시에 식기가 떨어지는 청아한 소리가 나고 소녀의 입에서 피거품이 흘러넘친다. 소녀는 잠시 울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접시위에 몇차례 피를 토해내더니.
"이. 야만인들이, 내가 청산가리는 엿같으니까 쓰지 말라고-"
소녀가 미처 말을 마치지 못하고 다시 피를 토해내기시작하자마자 만찬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중 두어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달아났다.
치렁치렁한 옷자락을 휘날리며 우스꽝스러운꼴로 달려가 문에 온몸을 붙이며 밀고 당겼지만 그새 소녀가 낮게 읊조린 무언가로 인해 그 커다란 문은 흔들리지도 않았다.
몇차례 더 검붉은피를 뱉어내고 분노와 짜증을 전혀 감추지 않은채 소녀는 그대로 만찬 테이블에 올라가 음식과 식기들을 구둣발로 걷어차며 문쪽으로 걸어갔다. 아직까지 테이블에 앉아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소녀를 올려다보거나 반대로 시선을 피하는등 반응은 다양했지만 하는 생각은 똑같았다.
지금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과도 같은 어떤것이 자신을 향한것이 아니기를.
문쪽으로 달아난 세명에게 가시덩쿨이 감겨 두명은 그대로 핏덩이가 되어버리고 한명은 테이블 끝자락까지 다다른 소녀의 바로 앞까지 자라난 가시덩쿨에 휘감겨 소녀를 마주보게 되었다.
"말해. 당신이 꾸민일이야? 솔직하게 말하면 살려줄게"
각혈로 인해 피투성이가된채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그리 묻는 소녀에게 떨리는 대답이 들린다.
"베-베르톨트후작이-"
이름이 나오자마자 가시덩쿨은 곧바로 썩어 없어졌고 거기 감겨있던 사람이 떨어지자마자 베르톨트 후작의 등뒤에 짙은 어둠이 드리우더니 녹슨 경첩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아이언메이든이 후작을 감싼다. 소녀는 다시 오만한 발걸음으로 테이블위를 걸어 후작의 앞에서 내려다 보며 후작이 들어있는 아이언메이든의 문을 매만진다. 방금 막 성인 남성도 즉사시킬만큼의 독약을 먹고 피를 토했는데도 전혀 죽을 사람 처럼 보이지 않는 소녀는 과도하다 느껴질정도로 예의를 차리는 말투로 후작에게 말했다.
"그래요 뭐...제가 후작님일에 여러모로 지나치게 관심이 많긴 했죠. 이제부터는 그럴일이 없을테니 염려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리고 아이언메이든의 문을 쾅 닫아버리고 자신에게 튄 피를 닦지도 않은채 부드러운 미소를 띈 소녀는 남은 말을 이었다.
"죽은사람에겐 일이랄것도 없을테니말이죠"
거기까지 말한 뒤에야 소녀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한손으로 닦아냈다. 피가 묻은 손을 내려다보니 자신의것과 다른사람의 것이 구분이 될정도였다. 검붉고 끈적한 피는 사람의 피라기보다는 시체의 피에 가까웠다.
이제는 피조차도 인간에서 멀어지는구나.
모건 르 페이의 야참
"...그리고 비넨슈티히에 바클라바, 타르트 오 시트롱도 추가..."
"여기서 뭐하는겁니까!"
주방문이 열리며 두명의 남자가 질타하는 목소리와 함께 소녀에게 따져물었고 그제서야 소녀가 끝을 모르고 늘어놓던 디저트주문이 멈췄다.
소녀는 드디어 주방장에게서 시선을 떼고 그 시선을 방금 들어온 두 남자중 더 앞에있는쪽에게 옮긴뒤 달빛노랑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고개를 숙이고 예의바른 태도로 두 남자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파제트 후작님, 그리고 롤랜드 자작님. 이런 늦은시간에 두분께선 주방에 어인일로 발걸음 하셨나요?"
"그건 제가 물을 말입니다. 주방장을 혹사시키면 곧 열릴 만찬에 지장이 가니 당분간은 자제해달라 이르지 않았습니까!"
"어머나...혹사라니, 그런 직설적인 표현을 쓰시는 분이실줄은 미처 몰랐네요. 저는 그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간단한 다과가 남아있는지 물으러 온것뿐이랍니다?"
그녀가 주문한 엄청난 양의 디저트를 만들기위해 오븐을 예열하다 세 남녀의 눈치를 보는 주방메이드들에겐 눈길조차 주지않고 가식적인 웃음을 띄며 숨길 생각도 없는 거짓말을 하는 그녀를 후작은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다 간신히 입을 뗏다.
"...당신은 이전부터 이 만찬회를 중단시키는데 주력했죠. 그것이 실패하자 최소한 망치기라도 하려는겁니까?"
"어머, 들켰나요? 어디서 들켰을까~"
역시나, 이 여자는 숨길 생각도 없었다. 상대하기 귀찮아서 대충 나오는대로 지껄인것에 불과하다.
그 사실에 화가 치민 후작은 그만 그녀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말았다.
"인간도 아닌 당신이, 배가 고플리가 없지"
그 말을 듣자마자 소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아니, 차가운 수준을 넘어 살기까지 띄며 소녀가 날선 목소리로 대꾸한다.
"말조심 해주시죠 파제트 후작. 저는 인간입니다"
십몇초간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고- 그러나 입만은 웃고있는- 그런 살벌한 상태를 보다못한 자작의 시선이 잠깐 문쪽으로 흔들렸을때쯤 후작쪽에서 먼저 대치를 깨뜨렸다.
"지금 주문한것 까지만. 그 이상은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파제트 후작님. 그정도로 합의를 보죠"
소녀가 가볍게 고개를 까딱였고 후작은 그런 소녀에게서 등을 돌려 주방을 나섰다.
뚜벅뚜벅 왕궁의 복도를 걷는 후작을 따르던 자작은 눈치를 보다 끝내 물음을 입밖으로 꺼냈다.
"대체 저 여자는 뭔가요?"
그 물음과 함께 후작은 걸음을 멈췄고 자작은 보지도 않은채 뿌득거리는듯한 목소리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
"금품禁品입니다"
"금품...이라함은?"
영문모를 대답에 재차 질문한 자작을 후작은 그제서야 돌아보며 설명했다.
"자작님은 언제부터 저 여자를 보았습니까? 롤랜드가는 성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껏해야 5년이겠지요"
평소대로라면 후작이 으레 그러듯 롤랜드가의 짧은 역사를 비웃는다 생각했겠지만 이번만큼은 평소와 달랐다. 그래서 자작은 그저 후작의 설명을 계속해서 들었다.
"제가 저 여자를 처음본건 5살때였습니다. 40년은 되었단말이죠"
"네? 하지만 저 여자는 기껏해야..."
" 아무리 높게 잡아도 20살 언저리지요. 제가 처음 저 여자를 볼때도 저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여자를 견제하는겁니다. 예언? 주술? 그게 다 뭐랍니까! 정체도 모를 뭔가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자작님도 협력하실거라 믿습니다.
라고, 물흐르듯 자연스레 후작은 자작에게 제안을 건넸다.
어두운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벤트)거울
자동차의 경적소리
은빛 빌딩숲
매미소리
나는 그곳에 서있었다.
너무나도 오래된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토록 바라던 그 풍경에 이끌려온 나는 눈을 감고 무기질빛 공기를 들이마신다.
빌딩풍이 실어다준 여름의 열기를 머금고 눈꺼풀을 뜨고는 주위를 둘러본다.
가장먼저 눈에 띄인 카페의 이름은 기네비어. 나는 옅게 미소를 짓고는 기네비어로 발을 들인다.
딸랑, 하는 종소리와 어서오세요! 하고 나를 반기는 점원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앞에 서서 나는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랑 뉴욕치즈케이크 주세요"
네, 잠시 기다려주시면 알림벨로 불러드리겠습니다. 라는 인사와 둥근 알림벨을 건네받고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과 자동차. 그 위에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붉은빛과 함께 진동벨이 울린다.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주문한것을 들고 다시 자리에 돌아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달각소리를 내며 녹을때까지 기다린뒤에야 포크를 들고 치즈케이크를 한입 잘라 입안에 넣는다. 진하게 혀를 뒤덮은 치즈맛을 음미하고는 쌉싸름한 아메리카노로 지워낸다.
멈추지 않고 케이크와 커피를 모두 비워냈다. 창가를 한번 돌아본뒤 쟁반에 접시와 컵을 담고 일어나 점원에게 돌려준다.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저는 이제 가볼게요"
점원의 영업용 미소를 애써 유지하려 하지만 의아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점원이 묻는다.
"가신...다고요...?"
나는 점원에게 진한 아쉬움을 보내며 대답한다.
"네. 당신이 보여준 이 풍경을 '정말로' 되찾기위해서"
고마워요. 나는 미소짓고 짧은 감사인사를 한뒤 카페를 나가기 위해 유리문을 열었다.
아니지, 생각해보니 유리문이 아니라 거울이던가?
모건 르 페이의 참전
불타는 황야로부터 등을 돌린 소녀는 단호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끝났습니다. 적군은 전멸했어요"
지휘관은 소녀의 입에서 나온 단 한 곡조의 노래가 일으킨 경치를 보고선 앞으로 치룰 전투에 확실한 가망이 생겼음을 깨닫고, 가망이 보이지 않던 전세를 순식간에 뒤집어버린 소녀의 힘에 경탄하며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서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과연...과연 굉장합니다! 정말 당신이 말한대로 마법이었군요! 꿈이라도 꾸는것인가...! 이걸로 전쟁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설마 이정도까지 가능하실줄은..."
"됐습니다. 저는 이제 돌아가죠. 약속은 지켜주실거라 믿습니다"
"약속은 걱정 마시지요. 그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을것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병사도 최소한으로..."
지휘관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녀는 재차 말을 끊듯이 소녀 자신이 연 검은 공간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아보이던 소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지휘관은 금세 호기심을 지우고 병사들이 있는곳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어차피 저것은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지 않았던가. 지금은 금품禁品의 효력을 병사들과 나누기에도 바쁘다. 저것에겐 후에 평소 좋아하던 디저트라도 실컷 먹여주면 되겠지.
-
공간을 넘어 텅빈 자신의 방안에 도착하자마자 소녀는 참았던 피를 울컥 토해낸다. 본디 참패했을 전장을 강제로 대승으로 바꾼일을 단죄라도 하듯이 인과의 댓가가 소녀의 온몸을 짓누른다.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자마자 소녀의 몸에난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마치 시체의 피처럼 검은 피를 흘리며 소녀는 그대로 방바닥에 쓰러지며 생각한다.
이번엔 며칠이나 지나야 되돌아올까? 이틀? 일주일?
회복이 점점 느려지고 있으니 어쩌면 한달일지도 몰라.
며칠이나 몸 곳곳이 무너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지내야한다는 생각에 소녀는 몇천년의 세월에도 마모되지 않는 생생한 공포를 느꼈지만 그와 함께 몇천년의 세월이 증명해주는 한가지 사실을 믿고 비웃듯 미소지으며 눈을 감았다.
괜찮아
나는 절대로 죽지 않으니까
모건 르 페이와 수다를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아, 그러니까. 당신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건 내가 더 강하니까 그렇다고까지 했었지? 나는 당신보다 훨씬 더 오래, 많이 이 힘을 써봤거든! 그래서 당신이 나를 이길 수 없는거야. 연륜이라고 할까? 억울해 하진 말아줘!
그리고 뭐가 남았을까... 그래, 이 힘. 우선 나는 마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당신도 딱히 부정은 안하지?
그야 허공에서 불이 타오르게 한다던가, 공간을 연다던가, 먼곳에 있는 물건을 조종한다던가, 상처를 순식간에 치유하는건 마법이란 단어에 딱 들어맞지 않아? 아니야? 아니어도 상관없어! 사실 나도 이게 뭔지 잘 알지는 못하거든.
당신도 그렇지 않아? 어느날 갑자기 전능에 가까울 정도로 뭐든 할 수 있게되서 놀라지 않았어?
음,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나? 아니, 그저 다른 '마법사' 들도 그랬으니 지레짐작일뿐이야.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있냐고? 음~ 최소한 '지금' 은 당신과 나 둘뿐일걸? 이런 사람들은 백년에 한명 나오면 정말 빠른거고 보통은 몇백년에 한명정도 나왔으니까~
응? 나? 글쎄, 대충~ 6000년이었나?
...
자~ 또 할망구라고 부르면 이번엔 진짜로 이 아이언 메이든 문 닫아버릴줄 알아!!
그러니까... 아~ 정말! 또 이야기 흐름이 끊겼잖아!
마법쓰지 말고! 당신은 날 못이긴다니까?
아, 그래. 물론 이 힘은 생각만으로도 이루어지니까. 특별히 이번 변명은 들어줄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멋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걸 감안하자니 역시 '전능'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죽은 사람을 살린다던가, 시간을 주무르는 영역은 못하고?
어머? 몰랐어? 아무리 이 힘이라고 해도 그런건 못해! 아하, 시도해본적이 없구나! 그건 그럴 수 있지!
나는 시도해봤다가 피만 봤었지~ 죽은사람을 살리려 했더니 몸만 살아나서 좀비가 됐다던가~ 시간에 간섭하려 했다가 과부하로 애꿎은 몸만 축내고...정말, 죽는줄 알았다니까? 안죽는거야 알고 있지만~
어머? 이것도 몰랐어? 하긴 당신은 자각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무리도 아닌걸까?
후후, 그럼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까?
궁금하지? 궁금하다고 말해. 궁금하구나?
이 힘을 가진 사람들은 전~부 한명도 빠짐없이, 불사의 저주에 걸린답니다?
아까 생각만으로도 이루어진다고 했었지? 생존본능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 설령 진심으로 죽음을 바란다 하더라도 본능의 영역에서 '살고싶다' 고 바라는 순간, 이 힘이 이루어주고 마는거야.
힘을 쓰면 쓸수록 과부하가 쌓여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뚱이를 이끌고 죽지도 못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게 되는거지.
어때? 무섭지?
아하하, 물론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나는 감내할만한 이유가 있으니 버틸만 하다고 할까?
응? 이유가 궁금해?
글쎄~ 우선 당장은~
당신을 죽여야지?
아니, 그렇지만 아무리 이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당신은 너무 즐겼는걸? 마을 여자 전부를 자기 하렘에 넣어버린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걱정마! 아까도 말했잖아!
내가 당신보다 강해.
모건 르 페이의 다과회(낮)
"그 결정에는 찬성하기 힘드네요"
그렇게 말한 소녀는 그녀의 말투만큼이나 가벼운 손짓으로 크림 브륄레를 뜬 수저를 입으로 옮겼다.
혀에서 퍼지는 달큰한 설탕과 크림의 맛을 즐거운 표정으로 즐기는 소녀와 달리 테이블 주위의 사람들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눈앞의 다과에는 손도 대지 않은채 되물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는지 이유를 들어도 괜찮을까요"
"왜냐하면, 이 이상 현재 왕을 압박했다가는 전쟁이 나니까요?"
수저를 내려놓고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소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럴만한 요소는 아무곳에도 없건만 왜 전쟁이 날것이라 말하는가?
왕위를 갈아 치우려는 계획을 저 여자가 어떻게 알고있는것인가?
그저 떠보려는것인가?
아니면 이미 전부 알고있기에 이리 직설적으로 나오는것인가?
자신들은 무어라 대답해야하는가.
"전쟁이라, 걱정이 많으시군요. 물론 매사에 조심하는것은 중요하지요. 저희도 그것을 알고 있기때문일뿐이었건만 그렇다보니 현 국왕님을 너무 귀찮게 했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않겠다는 대답에 소녀에게는 두통이 밀려올지경이었다.
미래를 말하면 말할수록 인과의 댓가에 의해 몸이 망가지건만. 그러한 자신의 사정을 알리가 없는 저 자들은 또 쓸모없는 입씨름이나 하려 들고있다.
그러나 소녀의 입장에서 볼때 이 전쟁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했다. 이 전쟁이 일어나면 국력은 크게 축소되고 이윽고 망국의 길을 걷게된다. 그것은 소녀가 전혀 바라지 않는것이었다.
최소한 다른 나라에 자리를 잡을 시간만이라도 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영지를 지키는데에만 눈이 멀었으니 무슨말을해도 안듣겠지. 그냥 주요 인물을 다 죽여버릴까'
실현 가능한 상상을 하지만 거기에 딸려오는 반동도 차마 무시할것이 못되기에 소녀는 트레이에서 카넬레를 집어들며 최대한 가볍게 말했다.
"제가 한말이 틀린적 있었나요?"
과연 그 말에는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곤란하기 그지없다는 분위기에 휩싸인 사람들을 만족스럽다는듯 보며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제가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넬레를 입안에 넣고 소녀는 자리를 떠났다.
이벤트)실패 특이점 가속
"장난해?!"
새된소리가 부서를 울렸다.
히스테릭하게까지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그 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들은 그러려니했다. 가장 성과가 없던 '보어스' 가 처음으로 성과를 내지 않았는가. 심지어 시간이나 공간에 그치지않고 다른 차원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약물팀- 퍼시발부서 직원의 단순한 실수로 인해 연결이 끊긴것이다.
"네가 책임질거야?! 약물팀이 물약투입계산실수를 해? 그따위로 할거면 때려치워!!"
씩씩거리며 있는대로 화를내는 '보어스' 를 눈앞에 두고도 '퍼시발' 의 시선은 옆으로 새고있었다. 그것을 알아챈 '보어스' 가 '퍼시발' 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곳에는 구석에 웅크린채 금빛눈을 불안감으로 듬뿍 적신 '배터리' 가 있었다.
그것을 본 '보어스' 는 알만하다는듯이 헛웃음을 치고는 '퍼시발' 에게 빈정댔다.
"신참이나 할법한 실수를해? 신입직원 교육때 못들었어? 저건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니야. 아니, 설령 사람이어도 상관없어. 저건 다른 차원으로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촉매제라고.야, 말해봐. 우리 회사 목적이 뭐야?"
"이상현상을 통한...인류의 광범위적 발전..."
더듬더듬 대답하는 '퍼시발' 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보어스' 는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면서 그래? 너 설마 이정도도 못참으면서 이 일하겠다는거 아니지?"
차마 할말이 없다는듯 고개를 들지 못하는 '퍼시발' 에게 한마디 더 하려고 '보어스' 가 입을 여는순간, 갑자기 사내방송이 터져나왔다.
ㅡ코드 블랙-! 코드 블랙-! 제어실 파손-! ㅡ
"...뭐?"
제어실이 파손 되었다는건 '이상현상' 이 풀려난다는걸 뜻한다.
갑자기?
문득 '퍼시발' 은 '배터리' 를 보았다.
어느새 고개를 든 소녀의 금빛눈과 마주쳤다.
그야 정체모를것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표정관리가 쉬울리 없겠지. 아무리 반란진압에 있어 도움을 받았다지만 역시 꺼림칙한 물건이야. 그 나라는 잘도 여태까지 이런걸 가지고 있었군.
어차피 지금은 제발로 이 나라로 오고싶다고 내게 청하고 있지만. 이 좋은 기회를 표정따위로 놓칠수야 없는법이지.
그렇기에 나는 다시 입가를 움직여 사람좋은 미소를 만들고는 테이블 건너편에 보이는 달, 아니. 늑대의 그것과도 같아보이는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그대덕에 한 시름 덜었는데 그럴리가"
"후후, 그렇게 여겨주신다면야 저야 감사드리죠. 그렇다면 제가 부탁드린것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실거라 기대해도 되는걸까요?"
"성내에서 생활할 권리와 '이변'이 일어날 시 알려달라는것이었나. 분명 그대가 지금처럼 예언을 계속해준다면 그것들은 굉장히 쉬운일일테지. 그러나 말일세, 이쪽에서 꼭 그것들을 지불해야할까"
그렇게 말하고는 한쪽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자 곧장 주위의 병사들이 미리 말해둔대로 '저것'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그 '이변' 이라는것도 무언지 감이 오지 않고 말이지"
아무리 기이한 능력이 있다지만 혈혈단신으로 이곳이 찾아온것은 '저것'의 실책이다. 심지어 이런 대 제국과의 밀회에서 이렇게 대응하다니.
'전략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것 같군'
그렇게 생각한 다음순간 병사들이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딜봐도 똑같은 풍경이었다. 다시 눈을 앞으로 돌려 테이블 건너편의 '그것' 을 보니 참혹한 현장에는 눈길도 주지않고 트레이에서 과자나 꺼내먹고 있었다.
잠깐만
저런건 내온적이 없는데?
"그렇네요. 예를들면~ 이런것일까요?"
그렇게 말한 뒤에야 마치 나더러 보라는듯이 주위를 훑어볼뿐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진심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괴물...!"
"어머나, 숙녀에게 쓰기에는 거친단어가 아닐까요?"
여자들이 즐기는 다과회에서나 어울릴법한 태도를 보이는 '저것'의 태도에 극한의 이질감을 느낀 나는 덕분에 되려 이성이 돌아왔다.
침착하자. 저것이 나를 죽이지않은 이유는 있을것이다.
처음으로 생각을 되돌려보면 '저것'이 자신이 있던 나라를 떠나 내 나라로 오고싶다는 연락을 듣고, 그 이유에 대해서은 정치싸움에서 밀리기라도 했을거라 여기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있었지.
그것은 완전히 틀린 판단이었군. 십수명의 병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죽여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것이 망명따위를 할리가.
나는 전제부터 잘못 짚은것이었나.
"그대가 이 나라를 위해...예언을 지불하려는, 이유는?"
"그거야 그곳은 슬슬 한계였으니- 이건 안되나...어쨋든 제게 중요한건 그 조건을 성실히 이행해주실 수 있는지 여부니까요?"
"그곳은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이해하면 되는것인가?"
"너무 많이 말해드릴 수 는 없지만요"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통보지 않은가.
이전에 몸담던 장소는 이제 만족스럽지못하니 내가 있는 장소를 탐하겠다는.
진정되고나니 역겨운 비린내가 느껴진다.
통보라도 해주는것에 감사해야하는 상황인것인가.
"좋을대로 하시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이 은은 결코 잊지않고... 3일 뒤에 뵙죠"
과장스러운 감사인사를 남기고 핏물 찰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떠나가려던 그녀에게 나는 물었다.
"그러고보니 이름도 듣지 못했군"
그 물음에 '그것'은 몇개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바토리,랑다,시빌라,홀레...하나같이 좋은 이름은 없었다.
그렇게 이름들을 읊던 '그것'은 나를 돌아보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모르가나로 할까요?"
모건 르 페이가 인기 좋은 이야기
어쩌면 소녀가 디저트에 집착하게 된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다. 소녀가 지내는곳의 특성상 연회나 다과회는 질릴만큼 열렸지만 정작 그곳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일은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친하게 지내기에는 출신도 연령도 불분명한 정체불명의 인물이었고
나쁘게 지내기에는 먼저 그러한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들었기에 시도하는자가 없었다.
어쩌면 궁에 들어온지 십년은 훌쩍 지났건만 조금도 늙지 않은데다 기이한 요술을 쓰는 알수없는 존재와 얽히고싶지 않다는것이 주 원인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누구와도 말을 붙히지 못한채 디저트에나 집중하고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대개 둘중 하나였다. 소녀가 가진 힘에 기어코 매료되었거나, 아니면 슬슬 초조해졌거나.
"이번에 새로 내보인 디저트군요? 과연 그쪽으로 조예가 깊으십니다."
아아, 이 사람은 후자네.
소녀는 올라오는 감정을 디저트와 함께 삼켜버리고 생긋 미소지었다.
"어머 그런가요? 어쩐지 낯설다 싶더니 그랬군요?"
"네, 이번엔 코팅을 겹쳐서 풍미를 더 다채롭게 만들었다 하더군요. 아가씨까 보시기엔 어떤것같나요?"
"네에~ 아쉽게도 잘 느껴지네~ 블루베리 콩포트가 여기에 어울릴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아쉽다는 표현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 왜요? 아쉽잖아요 히메네스 백작님? 어제는 나도 모르게 감탄할 정도였는걸?"
벌써 4일째 잠도 자지 못한 상황에서 빙빙 돌려 말하는 백작의 언동에 더는 인내심을 끌어내지 못한 소녀가 결국 대놓고 말해버리자 백작의 얼굴에 동요가 돌았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백작을 죽이고 끝내버리거싶은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지금은 사람하나분량의 인과조차 버틸 수 없는 몸상태였기에 소녀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백작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덕분에 여명빛을 받으며 경치를 즐길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답니다. 다만 여명빛을 받으며 시체를 치우는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되지 못하니 적당히좀 보내주시겠어요? 잠좀 자고 싶거든요."
게다가 상처를 회복하는데에도 힘이든다. 그것이 죽음과 직결되는 상처일수록.
'이 이야기는 해봤자 악수겠지'
죽고 살아나는 행위를 반복할때마다 인과의 부하는 거듭 쌓이게 된다. 즉, 그에 딸려오는 반동또한 점점 강해진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되살아나는데 하루 밤낮을 사용하는데 이보다 더 길어질수는 없었다.
다행히 소녀의 바램대로 백작은 눈에띄게 당황하며 자리를 떳다.
하지만 그 표정에 설핏 불쾌감이 섞여있는것을 본 소녀가 '역시 죽이는게 좋을까'하고 고민하던중 두번째 사람이 다가왔다.
꺼리는 던져줄테니 알아서 싸워주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며 소녀는 또다시 입안으로 디저트를 밀어넣었다.
모건 르 페이와 밀회를
"죽였는데요?"
"으음, 그런가..."
뼈아픈 이야기를 들은것이 되었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마음만 같아선 당장 따져묻고싶지만 저것은 언제나 모조리 죽이는것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니 참아야 할것이다.
"그리 말하는걸 보면 처음부터 죽이기위해 찾았다 보는것이 옳겠지..."
그렇다면 저것과 같은것을 하나 더 확보한다는 계획은 접어야한다는 이야기가 될것이다. 하나라도 더 확보한다면 국익에 큰 전력이 될거란 기대는 포기해야하는것이나.
좋을대로 날뛰는 저것의 억제제를 구할 좋은 기회라 여겼건만...
'애초에 저것의 정확한 목적도 모르는 상태였던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겠지.'
그래도 뒤늦게라도 알았다는것에 안도해야할것이다. 둘이 있다면 셋도 있겠지.
게다가 저것이 아직 같은것을 요구하고 있다는것이 좋은 증거다. 드물지만 두번다시 없는 기회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헌데 달리 사유라도 있었던것인가?"
그것은 질문에 쉬이 답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다지 기대를 가지지 않고 던진 물음이었건만 예상과는 달리 짧은 고민을 사이에 두고 흔쾌히 대답이 돌아왔다.
"흐음- 뭐~ 괜찮으려나. 당연히 사유가 있지 않겠나요 폐하? 제가 일국의 왕인 폐하와 직접 밀회를 가질 수 있을만큼의 공을 세우고, 예언과 마법을 제공하고, 내실을 다져주면서도, 요구한것은 하나뿐이니까요?"
"오히려 그 요구를 맞출 수 있게 하기위한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것은 아니네만."
"우후후, 그것은 폐하께 더 이득인것이라 생각하지만요?"
과연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
저것이 몇번의 반란을 진압했는가.
저것이 몇명의 귀족을 침묵시켰는가.
저것이 몇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는가.
이 나라는 저것의 예언과 마법아래 부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그렇게 한 나라를 이렇게까지 키우면서 죽이려했다면 분명 상상도 못할 이유겠지."
"거창하네요~ 그저 존재해선 안될것을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것뿐이랍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는 그것에게 그 '존재해선 안될것'에 너 자신도 포함된다는것을 자각하고 있는지 묻는것을 망설이는 사이 그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입에 담았다.
"아니면, 멸망을 막기 위해 죽였다, 라고 말씀드리면 만족해주실런지요?"
"멸망이라...함은...?"
"말 그대로랍니다? 언제인가 그런 존재가 멸망을 일으켰으니."
거짓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것은 입을 다물지언정 거짓을 읇는 부류는 아니었으니. 그렇다는것은 멸망을 알고있는 존재가 나의 눈앞에 있다는것이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무언가 더 물으려는 순간 나는 갑작스런 흉통을 느끼고 바닥에 쓰러졌다.
가빠지는 숨소리 사이로 평탄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14일, 심장마비로 사망... 응, 딱맞네! 다행이야!"
"끄윽...너...이ㄴ...알고..."
"어머나? 당연히 알고 있었죠! 폐하가 곧 죽을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런말들을 하려고만 해도 인과의 응보가 닥쳐왔을테니까요?"
고통사이로 드문드문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파고들었다.
안돼, 여기서 죽을 순 없다.
이런 강대국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는데, 이런 많은것들을 알게 되었는데.
이런 '것'을 가지게 되었는데.
"살ㄹ..."
"죄송합니다 폐하, 폐하처럼 강한 인과를 진 사람의 생사에 간섭하기엔 후환이 두렵기에."
소녀는 뻗어오는 왕의팔을 피해 한발을 빼고 치맛자락을 살짝 잡아올려 인사했다.
모건 르 페이가 통제하는법은
죽어도 괜찮다니 미쳤어요?
'언제 들은말이었더라'
소녀는 몇천년은 사용해온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낡아빠진 기억을 뒤적였다.
그런 세월을 살다보면 안들어본 말이 없게되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는말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때도 이렇게 앉아있었던것 같은데...'
어차피 그 사람들도 감안하고 나온걸테니, 괜찮지 않나요?
그래, 그렇게 대답했었다. 기억의 가닥을 잡은 소녀는 그것을 쭈욱 잡아당겼다.
"그렇다고 전부 죽여버리는건 이야기가 다릅니다! 미쳤습니까?!"
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쳤었다.
"어설프게 선의를 베풀면 똑같은일이 두번, 세번. 아니, 어쩌면 정말로 이 나라를 끝내버릴때까지 반란이 계속될지도 모른답니다? 참여한 사람을 전부 죽여서 지금 싹을 잘라두는편이..."
"주모자와 그 측근을 처형대에 매다는것만으로도 당신이 원하는 결과는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그가 소녀의 말을 끊고 주장했을때 소녀는 드디어 디저트를 내려놓았다.
"그러한걸 보고 어설픈 선의라고 하는거랍니다? 그들은 이미 각오를 다진 자들이에요."
"그들에게도 상황판단력이라는것이 있습니다. 실패했다는걸 깨닫고도 똑같이 행동할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건 그저 당신의 바람에 지나지 않나요? 일은 이미 일어났습니다. 지금부터 할 일은 낙관을 비는게 아니라 상황을 통제하는거죠."
그는 여전히 분노했지만 더이상 소녀의 말을 끊거나 하지는 않았다.
"전부 다 죽여버리고 나면 더 이상 반란을 일으킬 사람도, 선동을 계속할 사람도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잔인한 선택이 되겠지만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될거에요. 멀리 보세요."
그래, 그런말을 했었다.
'그 다음에는 무슨말을 했었더라...'
소녀가 골똘히 생각에 빠진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암살자가 나이프로 소녀의 목을 찔렀다. 성공했다고 생각한 암살자는 확실히 하기위해 소녀의 앞으로 다가섰고, 소녀는 자신의 목에 박힌 나이프를 뽑아 그대로 암살자를 찔러버렸다.
암살자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사이 소녀는 찔린 목에서 피를 닦아냈다. 마치 시체의 피초럼 짙은색의 피는 이제 거의 흐르지도 않았다.
"있잖아, 그거 알고있니? 죽지는 않지만 절대로 완전히 살아나지도 못한다는게 어떤 기분인지말이야."
그러나 아직은 죽을 수도 없었다. 멀리봐야한다. 더 멀리.
소녀는 두려움을 감추는것처럼 피가 묻은 손을 꽉 쥐고, 마저 죽이기위해 몸을 일으켰다.
모건 르 페이의 외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은 자신과 다른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그래서 가게 주인은 눈앞의 세 남자가 귀족이라는걸 단박에 알아차렸다.
"아니오, 못 봤습니다."
세 남자들이 놓친것이 있다면, 자신들이 평민이 아닌티를 있는대로 내고 다닌다는걸 본인들만 몰랐다는것, 그리고 그때문에 엮이기 싫은 사람들이 전부 똑같이 대답했다는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더럽고 복잡한 평민의 마을을 몇시간이나 헤집고 다니면서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아무도 모른다니! 이래서 평민들은..."
"이제 곧 해가 질 시간입니다."
"역시 하인들을 시키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립니까! '그것'에 대한것은 아는사람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곳을 돌아다니는게 좋지 않다는건 아시지 않습니까. 해까지 지면 무슨일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하여튼, '그건' 왜 갑자기 없어져서 이 사단을 내는지..."
"이제 물어볼 사람도 안보이고..."
세명이 소득없이 돌아다니며 줄줄이 늘어놓는 불평을 자른건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한 아이였다.
"나리, 나리들이 찾는사람, 내가 아는데 알려줄까?"
열살이나 겨우 넘겼을법한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었지만 지칠대로 지친 세명은 우루루모여 아이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봤느냐!"
"어디 있다고?"
"그게 정말이냐!"
"아잇, 한명씩 말해."
어른 셋보다 아이가 더 점잖은 모양새가 되었다는걸 뒤늦게 깨달은 그들은 뒤늦게 헛기침을 하는등 체면치레를 했고, 가운데 선 남자가 다시 물었다.
"우리들이 찾고있는것은 여자다. 이쯤 되는키에,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고, 노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 네가 본것과 같은가?"
"응, 똑같아."
"좋아, 그러면 안내하거라."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한숨을 쉬었다.
"하여튼 귀족들은. 이런걸 시키려면 돈을 줘야지, 돈을."
"주제를 모르는구나! 감히 누구에게 요구를 하는건지 아느냐?!"
"그럼 안알려줘. 나 말고 안다는 사람 있어 나리? 아니면 죽일거야? 몰래 온거잖아. 시끄럽게 만들려고?"
어린아이. 그것도 귀족도 아닌 평민따위의 아이에게 이런소리를 들은것에 굉장한 굴욕감을 느꼈지만, 사실 아이의 말이 맞았다. 세명은 더이상 수단도, 시간도 가지고있지 않았기 때문에 함부로 무얼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표정을 짓이길지언정 아이에게 몇푼 쥐어줄 수 밖에 없었고, 아이는 은화를 주머니 깊은곳에 찔러넣고 나서야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런데, 우리가 귀족이라는건 어떻게 알았느냐?"
"그냥 보면 아는데? 나리들이 여기온거 소문 다나서 길에 아무도 없는거야."
세명은 그제서야 알아채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냄새..."
세 남자들은 코를 틀어막고 골목길 앞에서 우물쭈물거렸다. 아이는 일찌감치 골목 안으로 들어서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다그쳤다.
"안들어올거야? 이 안에 있다니까?"
"이런곳에 어떻게 들어가라고. 지저분한데다 냄새도 나지 않느냐!"
"이래서 귀족들은. 피냄새정도로 쫀거야?."
"피,피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세명중 한명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고, 한명은 휘청이더니 벽에 몸을 기댔으며, 한명만이 골목 안쪽으로 내달렸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때 남자는 자신이 하루종일 찾아아니던것을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기서... 허억... 뭐하시는겁니까?"
짧게 숨을 고르며 말하는 남자의 물음에 소녀는 작위적인 태도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산뜻한 읏음을 짓고 대답했다.
"산책일까요?"
"이런곳에서 말입니까?"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표현에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는 남자를 보곤 소녀는 어쩔 수 없다는듯 눈을 감았다 뜨고 다시 말했다.
마침 잘됐다는투로 묻는 소녀의 말에 질려버린 남자는 잠시 눈동자를 굴렸다.
햇빛도 잘 들지않아 어두운 골목길에 몇명인가 벽에 묶여있다. 손잡이 없는 날붙이들이 구속구라도 되는마냥 그들을 묶고있어 이미 피로 범벅이 되어있다.
그래서 피냄새가 난다고 했었던것인가. 하고 생각하며 아이를 보려했으나 어느샌가 도망친지 오래였다.
"아무리...이런곳이라도...한번에 그리 많이 죽이면 소문이 퍼질겁니다."
겨우겨우 말하는걸 들은 소녀는 그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한명씩 풀어주면서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뭐... 하시는겁니까?"
소녀는 당연한걸 묻는다는듯이 남자에게 대답했다.
"마킹? 어느정도 위험부담을 감수하는것이니말이죠. 소문이 난다면 필경 이들때문일테니 후일 찾아내기 쉽도록 해두는거랍니다?"
조금이라도 입을 열면 찾아가서 죽이겠다는 말이었다. '저것'이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아는 남자는 침을 삼켰다.
마지막 인원까지 마킹을 끝내고 치료약을 쥐어준 소녀는 털고 일어나 남자를 보며 생긋 웃었다.
"이제 돌아갈까요?"
모건 르 페이는 아직 모른다
그날 소녀의 상태는 상당히 안좋은축에 속했었다.
독을 먹은지 얼마 되지않아 목이 떨어지질 않나, 귀족들끼리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조정해주느라 인과의 응보를 받기도했다. 거기다 이번 왕은 툭하면 자신에게 '마법'을 부려달라며 계속해서 요구를 해왔으니 질릴대로 질려버리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하면 댓가를 치루는것은 결국 소녀뿐이건만.
그래서 전부 미뤄두고 자신의 방안에 칩거한지 꼬박 하루가 되었을 무렵, 무료할때 곧잘 들어가던 톡방에 들어갔다.
그러다 문득 차원이동을 할 수 있나 궁금해졌고, 차원이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렸되었으며
했다.
마치 새 폴더같은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소녀가 처음으로 느낀것은 현저히 좋지않던 몸상태가 급격히 나아졌다는것이었다. 이러한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정모'라는 사유로 소녀 자신의 차원에서 나온일은 종종 있었으니까.
다만 그때는 주최자가 자신의 편의를 봐준것일거라 생각했었다. 초월자들의 주도로 일어난것이고, 자신들이 노는것을 원한다고 했으니 약간의 서비스 정신이 아니었을까 하고 넘겨버린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누군가 주최한 자리에 간것도 아니었으며, 소녀 스스로의 힘으로 차원이동을 했다.
소녀가 그동안 그 이상한 톡방에서 들은것으로 미루어보면 차원이동이라는것은 상당히 어려운 행위에 속했다. 그렇다면 그런 행위를 한 소녀는 피정도는 토해도 이상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마법을 사용한것으로 인한 과부하는 커녕 오히려 몸상태가 더없이 좋았다.
'어째서지. 평소와 지금이 다른게 뭘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간단했다. 달라진것은 차원의 위치뿐이다.
소녀가 자신의 차원을 버리고 떠난다면 죽음의 공포를 맛보면서 정작 죽지는 않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결론을 낸 소녀는 이 수단은 쓰지 못하겠다고 판단했다. 소녀가 자신의 세계를 버릴 수 있을리 없었다.
그 차원을 위해 수천년을 노력한 소녀였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소녀는 눈앞에 피어난 수국을 한번 만지고,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갔다.
이내 익숙한 고통이 몸을 덮쳤다.
030 남이 자신을 뒤에서 욕하는 것을 알았을 때: 복수한다. 주로 대놓고 쪽준다.
317 식사는 어디에서 하나요?: 만찬실
243 맷집이 좋은가요?: 마법이 먼치킨이라 티가 안나는거지 육체는 간신히 살아있다.
(134스레)
1.당신의 캐릭터가 좋아하는 것: 단거
2.당신의 캐릭터가 싫어하는 것: 운명론, 제 잇속만 챙기는 사람
3.당신의 캐릭터가 시간이 애매하게 빌 때 하는 것: 없다, 선잠
4.당신의 캐릭터의 기억에 남는 추억: 모드레드는 추억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
5.당신의 캐릭터가 놀이공원에 가면 가장 먼저 탈 놀이기구: 회전목마
6.당신의 캐릭터의 절망편은: (스포)
7.당신의 캐릭터의 희망편은: (스포)
8.당신의 캐릭터가 고민하는 것: 저걸 죽이면 안되겠지...
9.당신의 캐릭터가 롤모델로 삼은 이는: x
10.당신의 캐릭터가 반대로 저렇게 되지말아야겠다 한 이는: 너무 많다
(다들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읽는 방법 + 추가대사 풀어)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 모르가나
(친구들 피어싱 뚫는다면 어디다가 뚫는지 썰풀어조)
모르가나: 귀걸이만 정석적으로
(오프레)
모르가나는... 모델출신 배우일것같다 드레스빨을 어마어마하게 잘받는걸로 유명
녹스(모르가나)는 모델출신 배우 특수능력: 그 누구보다 빨리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다
모르가나 초기설정을 찾았다 호러물이었나?????
1000년전엔 확실히 이러지 않았어. 500년전엔 아마...안그랬었지? 100년전엔 이미 그랬던가...? 대체 나는 언제부터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생명을 빨아 자신의 생명을 연명하는 존재가된거지?
(아이돌썰)
모르가나: 카리스마 쿨 컨셉일것같다
모르가나는 디저트도 그 시대의 것을 먹지않으면 인과를 해친것으로 판정되어 데미지를 입는다. 단, 마법으로 만들어서 혼자 조용히 먹으면 데미지를 안받음 그 와중에도 주방장에게 이것저것 힌트를 준탓에 디저트 발전속도를 가속시켜버리긴 했다
환경이 환경이다보니 춤을 잘춘다. 특히 드레스 입고 추는 그런춤 평상복이 드레스다보니 현대 복장에 대한 갈망이 장난아니다. 특히 바지
(모르가나가 조아하는 보석이라던지 :3 현대 의복을 입는다면 의복 취향?)
좋아하는 보석은 블루토파즈려나. 사실 투명하고 깨끗한 색깔이면 다 좋아한다 의복 취향은... 취향만 따지면 코트+부츠로 대표되는 키큰 사람한테 잘어울리는걸 좋아한다 다만 본인의 키가 큰편이 아니라 좀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선 아무래도 좋은모양
(척수캐썰)
모르가나: 난이도가 높은건 아닌데 기를 엄청나게 빨아감
(모르가나는 그러니까 영생이고 타인 죽음에 무관심한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거의 비슷하다. 일단 모르가나는 질서 악이기때문에
6000천년넘게 살면서 인간 문화나 도덕이 갈아치워지는걸 몇번이나 봐왔기에 선악구분이나 도덕의 기준자체가 사라져버림
(어린 히틀러 논쟁)
모르가나는 바로 죽일것같고
모르가나는 마법이라고 말하고있기는 한데 저 힘은 바라면 이루어지는, 거의 전능에 가까운힘. 그 부작용으로 정말 죽을 위기에 처해도 본능의 영역에서 '살고싶다'고 바라면 살아나버린다.
(#자캐가_무언가를_참을_수_있는_정도)
모르가나 고문 : 참을순 있지만 싫다 아픔 : 익숙하다 굴욕 : 안 참는다 욕지기(구토) : 잘 참는다 허기 : 잘 참는다. 당분중독은 별개 졸음 : 아주 잘 참는다 고통 : 익숙하다 웃음 : 아주 잘 참는다 눈물 : 아주 잘 참는다 분노 : 참는달까, 삭힌다 고독함 : 아주 잘 참는다 수치심 : 안 참는다 그리움 : 잘 참지만 익숙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