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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 배경설정 ===
||<tablealign=left><tablebordercolor=#fa8072><bgcolor=#fa8072>||<width=100%><bgcolor=#ffffff>{{{#!wiki style="margin:10px"
시마무라 미유}}} ||
공개 당시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에 더해 자기소개 영상의 영향으로 인해 트러블 메이커로 추정되었으나 실제 공개된 이후에는 호불호가 확실하고 말투가 거친 것은 사실이나 과도하게 특징이 많은 멤버들에게 휘둘리는 타입인 것이 드러났다. 밴드 해체의 영향인지 작중 초기에는 다소 소극적이고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으나 밴드 결성 이후에는 다소 느슨한 성격의 유이를 대신하여 사실상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작곡부터 라이브 일정수배 등 이런저런 방면에서 활약하는 책임감 강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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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border-top: 2px dotted #2A5298; border-right: 2px solid #2A5298; border-bottom:2px solid #2A5298; border-left: 2px solid #2A5298;"><#F8F8FF><color=#6683CF><(>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물약게임|<span style="color:#191970">🞧 물약게임] |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어장커스텀테마|<span style="color:#191970">🞧 어장 커스텀 테마] | [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초차원 레이드 시뮬레이션 게임방|<span style="color:#191970">🞧 초차원 레이드 시뮬레이션 게임방]||
音街カンナ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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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메세지 | |
⁽⁽(੭ꐦ •̀Д•́ )੭*⁾⁾ | |
최초 레스 작성일 | |
2025-2-20 (목) 오후 08:42:16 | |
캐릭터 소개 | |
복수를 꿈꾸는 밴드걸 | |
본명 | 音街 環奈[2] |
밴드 | Rock bottoM |
파트 | 기타 |
장비 | gibson es-335, ESP e-ii eclipse, 어나더 팔콘 WoR 커스텀 |
학적 | 학교 |
하네오카 여학원 | |
학년 | |
고등학교 1학년 | |
반 | |
1-A | |
성별 | 여성 |
국적 | 일본 |
종족 | 인간 |
생일 | 11월 24일 |
별자리 | 사수자리 |
신장 | 161cm |
좋아하는 음식 | 수프 카레, 비타민 음료 |
싫어하는 음식 | 과하게 단 음식 전반 |
취미 | 기타[3], 사우나 |
상태 | 생존 |
사인 | KAnnA* |
1. 소개 ¶
”증명해주겠어. 나의 음악으로!” |
RockbottoM의 기타 & 작곡 담당 |
천성적인 기타리스트이자 락바텀의 작곡가. 중학교 시절에는 무네노리라는 밴드의 리더로서 나름 유명세를 가지고 있었다. 무네노리 해체 이후 몇년간 기타를 손에서 놓은채 꿈을 포기할 뻔 했으나 오토노세 유이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은 락바텀의 중추이자 유이의 파트너로서 활약중.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를 가지고 있지만 한번 생긴 인연을 쉽게 놓지 못하는 타입인 상냥한 여자아이. |
[4]
라이브 하우스 StATION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평범한 여고생.
이런저런 일들에 치이며 오늘도 한사람의 기타리스트로서 살아가고 있다.
2. 특징 ¶
좋아하는 밴드 앞에서는 그나잇대 같은 모습도 보인다.
반대로 카톡방에서는 나이가 있어보인다는 점 때문에 조금 신경쓰고 있는 상태
2.1. 비주얼 ¶
밝은 오렌지 톤의 장발에 푸른색 눈동자를 가졌으며 작중에서는 순수 일본인임에도 상당히 이국적인 외모로 평가된다. 특기할만한 점은 눈동자로 다른 캐릭터와는 달리 동공 외부는 채도 높은 푸른색이지만 심부는 은은하게 오렌지 색이 도는 파이아이이다.
2.2. 성격 & 배경설정 ¶
진심은 말하지 못하는 주제에. 매번 자기만 상처입은 척 하는거, 꼴사나워. 시마무라 미유 |
무서워해도 돼! 괴로워해도 상관없어! 칸나쨩이 혼자가 되는게 두렵다면, 내가 평생 곁에 있을거야!!! 오토노세 유이 |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맞추어주기 보다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성격인 편이다. 사고의 우선 순위가 기타를 치는 것에 맞추어져 있는 탓에 중학교 시절에도 단순히 기타를 치기 위해 학교를 종종 빼먹는 일도 있을 정도. 비슷한 성격을 지닌 원작의 타키와는 달리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일은 없으나 칸나는 기타를 친다는 행위 자체에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는 그녀가 가족에게 느끼는 배신감의 발로로 추정된다.칸나는 어릴적 자신에게 기타리스트의 꿈을 심어준 아버지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과 싸우고 결국 꿈을 포기하는 모습을 직접 봐왔다. 작중 묘사로는 칸나는 이 당시까지는 그런 삶도 있는거라며 받아들였으나 이후 전개를 통해 어머니에 의해 자신의 기타가 버려지는데 아버지가 그것을 오히려 부추기는 등의 사건을 겪었던 것이 밝혀지며 그녀의 광적인 기타에 대한 집착은 이러한 집안 상황에 대한 반발심리로 추측되게 되었다. 이후 무네노리 해체이후 락바텀 결성까지 겪게 되었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불안과 분노로 인한 집착증세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나 카톡방의 친구들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인해 다행히 일상 생활에는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락바텀의 멤버들이 대체로 그런 타입이지만 한번 하고자 한 일은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등 실행력이 좋은 편이다. 실제로 배경 설정을 살펴보면 락바텀의 대외활동중 홍보를 제외한 기획등은 대체로 칸나와 유이의 머리에서 나오는 일이 잦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간혹 나오는 막간의 이야기 등에서도 싫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유이와 함께 가장 먼저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간관계나 성격 및 사회적인 문제를 겪고있는 멤버가 많은 락바텀의 특성상 심각한 상황임에도 괘념치 않고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칸나와 유이가 밴드 안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3. 인간관계 ¶
- 세계관 내 상호관계
- Rock bottoM
본인의 목적을 위해 결성한 밴드. 멤버들과는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RomoS
자신들의 곡을 훔쳐간 전 밴드 멤버 둘이 속한 메이저 밴드.
복수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나 리더인 쿠온에 대한 감정은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밴드 내 상호관계 RockbottoM 오토노세 유이 시마무라 미유 아카바네 오토하 다이몬 미온 RomoS 소노기 쿠온 소노미야 이오리
- 톡방 내 인간관계
- 추가 예정
4. 기타 설정 ¶
- 테마 & 목떡
ビオトープ
by 織重 夕
🕒 0:25 ────────────── 2:55
🤍 💬 🔁 📎 🔽
悔しさに麻酔を打ったら
분한 감정에 마취제를 놓으면
死んだことすら気づけないのか
죽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
確かに痛みはそこにあるのに
확실히 아픔은 거기에 있는데
「迷ってない」なんて嘘だ
「망설이지 않아」 같은 건 거짓이야
ホントは震えてるんだ
사실은 떨고 있어
誰にも言えないでいた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었어
弱いまま
약한 채로
出した答えが酸化して
내놓은 답이 산화해서
私が分からなくなるの
나를 모르게 되는 거야
課した理想とはまるで違うけど
부과한 이상과는 전혀 다르지만
言わないさ「こんなもん」なんて
말하지 않을 거야 「이런걸」 따위
狡くてもいい、身勝手でいい
치사해도 돼, 이기적이어도 돼
私という主観がすべてだ
나라는 주관이 전부야
下り坂でも漕いでいたあの日を笑わないで
내리막길이어도 페달을 밟던 그 날을 비웃지 말아줘
悔しさとは足掻いた後の水面の泡
분함이란 건 발버둥친 뒤의 수면의 거품
暗い海も越えてゆける
어두운 바다도 건너갈 수 있어
鼻歌が嫌いだった、どこか脳天気でしょ
콧노래가 싫었었어, 어딘가 건방져 보이잖아
幸せを誇張してる
행복을 과장하고 있어
それがどうしようもないほど嫌いだった
그게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싫었어
世界は256より美しいはずなのに
세상은 256*보다 아름다울텐데
なんでかそう思えない
왜인지 그렇다고 생각들지 않아
さして理由はない
별로 이유는 없어
心が手を伸ばすものがすべてだ
마음이 손을 뻗는 것이 전부야
言葉を棄てた 故に泣いたけど
말을 버렸어 때문에 울어버렸지만
感傷もすべて抱いていけ
감상도 전부 안고 가
雨の日はさ、休んでもいい
비가오는 날은 말이야, 쉬어가도 돼
ケチくさい空の優しさだ
인색한 하늘은 상냥함이야
晴れた日を思い出す度に笑えるように
맑게 갠 날을 떠올릴 때 웃을 수 있도록
生き急いでいるくらいが私のテンポだ
치열하게 살아갈 정도가 나의 템포야
って信じているの
라고 믿고 싶은 거야
待ってないで西を目指していけ
기다리지 말고 서쪽을 목표로 가
狡くてもいい、身勝手でいい
치사해도 돼, 이기적이어도 돼
私という主観がすべてだ
나라는 주관이 전부야
下り坂でも漕いでいたあの日を
내리막길이어도 페달을 밟던 그 날을
笑わないで
비웃지 말아줘
悔しさとは足掻いた後の水面の泡
분함이란 건 발버둥친 뒤의 수면의 거품
暗い海も越えてゆける
어두운 바다도 넘어갈 수 있어
暗い海と超えてゆける
어두운 바다와 넘어갈 수 있어
- 방 배치
5.1. 잡담방에서 풀린 설정 ¶
- 독백
- 분명, 영원할거라고 생각했다.
무대위에 올라서서 듣는 함성, 어지러울 정도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의 열기. 그것만큼은, 모두가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이오리는 아직이야?"
"연락도 안받아... 이제 곧 우리차례인데."
"사고라도 난거 아니야? 역시 찾으러 가봐야..."
"내가 가볼게! 항상 같이 다녔으니까."
아무래도, 그 녀석들한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이, 실증났다며 말없이 그만둘 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면.
"...이 이상은 더 못기다려."
"그럼 어쩔거야? 보컬도 베이스도 없는데."
"그 년들 설마 처음부터 짜고친거 아니야?"
"...아니, 이오리도 쿠온도 그럴녀석은 아니야. 오늘만 어떻게 할 수 있으면 돼. 베이스는 내가 커버할테니까, 미유 네가 고생 좀 해줘."
그건, 정말로 가치있는거라고 할 수있을까.
한달째. 꾸준히 그 녀석들이 다니는 학교로 찾아갔지만 어떻게 도망치는건지 만날 수 없었다.
두달이 지났다. 밴드 내부의 라인이 점점 줄어들었다. 라이브는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지만, 솔직히 두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이 보이고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달이 지났다. 여전히 연락은 되지 않았지만, 좋은 소식은 있었다. 두사람이 전학을 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말 정도는 미리 해줘도 되잖아.
네달째, 모두 스튜디오에 모이는 일이 줄어들었다.
합주도 연습도 점점 건성이 되어서 어제는 미유와 크게 싸웠다. 예민해져서 그런거야. 분명히.
다섯달째.
무네노리는 해산했다.
아르바이트는 그만두지 않았다. 악기는 그 날 이후로 손에도 대지 않았고 점점 연주와는 멀어진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하루하루에 충실해졌고, 없는 것을 찾는 것도 그만두었다. 사라지고 싶었던 녀석들에게 집착하는 건 한심하다고. 미유는 마지막 날 그렇게 말했다. 알고 있다.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여섯달째.
쿠온이 돌아왔다. 참지 못하고 손님들이 있는 곳에서 뺨을 때렸다. 이제와서, 이제와서 돌아온다고? 이오리가 여섯달이나 걸리는 곳까지 도망쳤나보지? 항상 그랬다. 자기는 순진한척 하는 그 면상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만 손이 나가버렸다.
그 이후로 한달 정도, 쿠온은 매일같이 찾아왔다. 굳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거친 태도를 유지했지만, 그렇게나 찾아와서 자기가 상처입은 것마냥 구는 꼴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날 쿠온을 때린 모습을 본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얌전히 대화할 수 밖에 없었다.
화는 풀리지 않았지만,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이오리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 날, 겨우겨우 찾아낸 이오리가 울고 있었던 일.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대로 두면 어딘가 멀리 떠나버릴것만 같았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라면, 좀 더 얘기할 수도 있는거잖아. 말해줬다면 어떻게든 함께 고민할 수 있던거잖아. 너희만 비극의 히로인인것 처럼 굴지 마. 너희 때문에 끝내고싶지 않았는데도 끝난거니까.
쿠온과는 화해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탓에 억지로 대화만 이어가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대화정도라면 하는 정도로는 회복되었다. 원래부터 강압적인 거엔 못버티는 성격이었으니, 멘헤라년이 또 개짓거리를 했을 뿐이겠지.
4월 6일
새해, 새 반, 새 학교.
듣자하니 유명한 밴드가 여럿 배출된 곳이라는 모양이다. 하나같이 이름난 밴드들이었기에 어쩌다가 그런식으로 밴드 명문이 된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등요길부터 나는 다르다며 기타며 베이스를 매고 등교하는 녀석들을 보니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적인 수가 저렇게까지 많으면 그야 유명한 사람도 여럿 나오겠지.
4월 7일
오토노세 유이라는 아이와 친해졌다. 옆자리인데다 아무래도 밴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최근에 좋아하게 된 밴드가 Romos?라는 밴드인것 같은데. 들어본적이 없었다. 최근에는 밴드음악이 대세가 되면서 라이브하우스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망하기를 반복했으니 그런걸까.
왜인지, 알아볼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4월 12일
Romos의 음악을 들어본적이 없다고 하자 유이가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곧 있을 라이브에 같이 가자며 티켓을 쥐어주었다. 아니 진짜 관심이 없는건데.
그래도 생긴지 몇달 되지도 않은것 같은 밴드가 원맨라이브를 한다는건 조금 흥미가 생겨서 어쩔수 없이 같이 가기로 했다. 덤으로, 티켓값으로 파르페 한개를 뜯겼다.
무네노리를 버리고 가서 한다는게 그딴 버러지같은 음악이라면 그냥 죽어버리는게 나아
"정했어! 나 밴드를 할래!"
점심시간, 유이는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것마냥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당당하게 외쳤다. 어찌나 목소리가 컸던지 지나가는 선배들이며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지만, 으레 있는 일인지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지나갈 뿐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되먹은거야 이 학교는.
"...왜인지는 대충 알겠지만 이유를 물어봐도 돼?"
"그때 본 Romos가 멋있었으니까!"
"그렇겠지..."
만난지 몇일 되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에 오토노세에 대한 건 대충 알 수있었다. 그보다 모르는 사람이 멍청한 수준이었으니까.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고 마치 이미 기타리스트라도 된것마냥 열렬하게 에어기타를 치고 있는 유이를 바라보았다. 그래, 요즘은 걸즈밴드가 제철이구나. Romos는 개떡같은 쓰레기 노래를 하는 밴드지만, 네가 좋다면 좋은거지 뭐.
"그래서 본심은?"
"무, 무슨말이실까아~ 전혀 모르겠는데에~"
"거짓말하기는. 그렇게나 눈에 띄고 싶어했잖아. 그것도 모를까봐?"
"에헤헤... 들켰어?"
오토노세는 뭐라고 할까. 밝은 사람이었다. 내가 너무 뒤틀린걸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유명한 사람들로 따진다면 Poppin'Party의 토야마씨나 헬로해피같은... 그런 좀 과하게 밝다고 할지, 눈에 띄는 사람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천연인 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런걸 좋아해서 일부러 그러고 있는거지만, 처음보는 사람조차도 알 수있을 정도로 딱히 숨기지도 않아서 오히려 조금 특이한 캐릭터 정도로 인식되는 모양이었다.
"그, 그래도 멋있었던건 진짜야! 리더인 이오리씨가 기타 치는거 봤잖아?! 쟈가쟝~ 하고!!!"
"그러네!"
세번이나, 절었다. 공연중에 세번이나 기타가 곡을 못따라갔고 그때마다 드럼이 신호를 줘서 겨우겨우 맞추는게 보였다. 어떻게든 잘 속여넘어갔지만 두사람이 그러다보니 실수가 겹칠때마다 다른 파트에서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는게 보였고. 음악에서 손을 뗀 내가 봐도 그 정도였는데 아마 다른 사람이 봤으면 더 있었을지도 모르지. 쓰레기다. 그런 음악은.
"게다가 뭔가 음악이 마음을 울린다고 할까~ 절절한 노래라서 더 마음에 들어! 나도 그런 곡을 하고싶어!!!"
"그야"
그건 무네노리의 곡이었으니까.
말을 더 하지 못했다. 무네노리는 끝났다. 곡을 쓴건 모두 였지만, 발표는 이오리의 이름으로 했으니까. 할 수 있겠지. 그야.
"...그렇게나 고민하면서 쓴 곡이잖아? 당연히 좋아야지."
"그렇지~? mc파트에서 이 곡은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썻다고 했는데 그렇게나 감성적인 러브송이었는걸!"
러브송이 아니다. 가사는 바꿔버렸지만 그 노래는 모두의 아픔을 담은 노래였다. 그러니까, 너희가 그런걸 불러도 될리가 없다. 모두에게 잊지못할 상처를 새겨넣은 년들에게, 그 노래를 부를 자격은 없다.
"앞으로 계획은 있어?"
"음... 일단 기타를 샀어! 이거봐, 예쁘지?! 악기점에 갔을때 한번에 왔다니까!!! 토야마씨도 지금 쓰는 기타랑은 마치 운명처럼 만났다고 했는데 나도 그런걸까?!"
"잠깐만 잠깐만 조금만 천천히! 그리고 그거 수십만엔짜리잖아?!"
"후후 지금가지 받은 세뱃돈이랑 용돈에 가불까지 해서 사버렸지롱!"
"사버렸지롱!이 아니지. 처음 치는거면 보급형으로도 괜찮잖아..."
짧은 시간이 지나고 우중충했던 새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 그래. 대화중이었지 참. 음.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긴했지만 지금은 음악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니 어느정도는 사실이었다.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도, 올해 여름이 되면 그만둘 생각이었고. 그렇게 되면 길고 길었던 그 악연이 끝난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면, 이제 뭐하지.
"아, 칸나쨩이 기타 칠줄 알면 밴드하자고 하는건데! 칸나쨩이라면 뭔가 악기에 대해서도 잘 알것 같고!"
"그런건 그럭저럭 알아. 나름 라이브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으니까. 기타정도야 뭐, 취미로는 쳤었어."
"뭐?"
"응? 왜 그래?"
"아니 처음듣는 얘기거든?! 칸나쨩 그런 알바하고 있었어?! 왜 말 안한거야?!"
말하지 않았던가?
"그야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어디이서 하고있어?! 설마 CiRCLE? 아니면 RiNG?"
"그런데는 하고싶어도 못해. 대기인원도 많고. Station이라고 작은 곳이야. 건물만은 크지만."
"에 가볼래! 오늘 하는 라이브티켓있어?!"
"남아 있기야 하지만... 돈은 받는다?"
"나는 Romos 티켓 그냥 줬는데?"
그건 그냥 나한테 버린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유이는 진심이었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MyGO나 RAS나... 취향은 아니지만 파스파레라도 들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취향이란건 남한테 강요한다고 쉽게 바뀌는게 아니기도 하니까. ...안그래도 왜 그날 먼저 돌아갔냐고 추궁받아서 파르페까지 상납하게 되버린 판국에 여기서 거절까지 해버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마!"
"해냈다!"
"그거 다행이네."
별것 아닌라이브였다.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않은 그럭저럭 괜찮은 밴드들 두셋이 나와서 적당히 짠 세트리스트를 연주하고 돌아가는게 라이브하우스에 처음 온 유이에게는 상당히 강렬하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그로부터 몇일동안 유이는 마치 출근도장을 찍듯이 Station에 다니면서 밴드를 만들거고 큰소리를 쳐댔다. 좋은 기타에 목소리만은 좋았으니까. 몇번 괜찮은 만남이 있었던 것 같지만, 코드조차 칠줄 모르는 걸 보고는 금방 돌아가기 일쑤였다.
"왜 안모이는걸까...?"
"그야 기타보컬이 기타를 못찬다고 하면 누구라도 안오지."
"하지만 연습 하고 있다구?! 이제는 F 코드도 칠수있어!!!"
할말이 많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막아서는건 어른스럽지 않을것 같아서 일부러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리도 처음 노력을 하려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많이 늘기는 했네."
"그렇지~? 하루에 네시간씩이나 했다구! 덕분에 잠도 못자고 말이야~"
열의 하나만큼은 충분하니까. 뭐라고 하는건 역시 좀 그런가. 애초에 연습을 시작하고 많이 지나지도 않았고.
"그냥 칸나쨩이 들어와주면 되는데 말이야~"
"난 절대 안할거니까."
"왜?! 같이 밴드하자아~ 기타보컬은 양보못하지만, 베이스정도라면 괜찮으니까아~"
"너 내가 쓰기좋은 베이시스트라고라도 생각하고 있는거야? 우선 베이시스트도 아니고, 프리하지도 않으니까."
"하고있는거라도 있어?"
"그야 없긴 하지만"
"그럼 괜찮잖아? 응? 밴드 하자~"
...애초에 베이시스트가 아니라는 건 둘째치고, 그때 이후로 단 한번도 기타를 잡은 적이 없었다. 얼마전의 그 일이 있은 후로는 더더욱. 잡지 않았다고 할지, 잡지 못한다고 할지는 여전히 조금 생각해볼만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더이상 기타를 칠 수 없다. 마음이 꺾여버리면 그야 할 수 없을테지. 이유는 명확했지만, 탓을 계속하고 있는 나도 한심해서. 그래서 그냥 잡을 수가 없었다. 흔히있는 슬럼프 였으면 좋겠다고 몇번이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넥을 쥔 손으로부터, 울려대는 앰프로부터 그날의 텅비어있는 무대가 떠오르게 되서 그렇게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처음에 몸이 멀어지고 나니 점점 마음도 멀어졌고, 라이브하우스의 아르바이트는 끝끝내 그만두지 못했지만 공연준비를 할때가 아니면 직접 보는 일도 그다지 없었으니. 알바를 그만두고 나면 완전히.
"미안, 역시 무리."
"역시 안되나... 왜 그래? 표정 어두운데?"
"어? 아, 아니야. 나 지금 완전 괜찮은데?"
"거짓말하기는! 내가 칸나쨩을 몇년이나 봤다고 생각하는 걸까~"
"한달도 안됐잖아? 수업 시작하겠다. 자자, 이제 들어가야지."
나의 음악은 완전히 끝나버리는걸까.
"더 인기많은 밴드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직원 휴게실의 의자에 기대듯이 앉았다.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더 인기많은 밴드가 되어서, 더 많은 인기를 얻어서. 도망친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준다던가 하는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상상해본적이 없다면 분명히 거짓말이겠지. 그때와 지금을 확연히 가르는 차이는 분명히 열정의 결여일 것이다.
무네노리는 제법 괜찮은 밴드였다. 팬이 많다거나, 음악성이 좋다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악기를 경험한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것 치고는 말이다. 반년이 안되어서 라이브를 할수있게 되었고 나름대로 코어하지만 팬층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학교 1,2학년들이 열심히 하는게 귀여워보여서 그랬던 것 같기는 하지만 나름 스카우트제의라던가 하는 것도 두번정도는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한창 성격이 그랬던 탓에 우리는 우리의 음악을 한다면서 전부 까버렸지만 그때 손을 잡고 메이저데뷔를 노렸다면 아마 지금처럼 끝장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뭔가 고민이 있는 표정이네."
"아, 미유. 고생했어."
"음음, 그야 고생했지. 넋이 나간 누구씨 덕분에 지금 마감을 혼자서 하고 있잖아?"
"미안하다니까... 그년들, 아직 안갔지?"
"아직도 가게 입구에서 농성중이야. 확 영업방해로 신고해버릴까?"
"그래주라 제발."
언제나와 같은 이야기. 무네노리를 그만두고 나서 남은 멤버는 우리 둘 뿐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기타 겸 보컬로 강제 직업변경을 해버린 녀석은 원래 이런걸 하러 온게 아니라면서 그만둬버렸으니 진정한 의미로 무네노리에 남아있던 사람은 미유와 나 뿐이다. 그 인연인지 아직까지도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게 되었던걸 보면 기구하다는 말이 그야말로 어울리는 상황이리라.
"요즘 자주 찾아오네."
"쓰레기들의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출입금지를 받으니까 끝날때까지 입구막고 기다릴거라건 생각못했지 아무래도..."
처음 찾아왔을때, 쿠온은 한 번 용서했던 만큼 최대한 대화를 해볼 생각이 있었다. 만약 그때처럼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개같은 기분이기는 해도 일단은 용서를 해주자. 그리고 정식으로 그 노래는 더이상 하지 말라고 말할 생각이엏다. 하지만 이오리는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여전히 쓰레기같은 라이브하우스네'
'너 지금 뭐라고했냐'
'안들렸던걸까? 쓰레기같다고 했어.'
살인을 결심한 나를 막은건 미유와 쿠온이었다. 그 여자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을것 같아 쿠온과 이야기하려 했지만 사사건건 참견하며 의도적으로 쿠온과 이야기하지 못하게 하는것을 보면 무언가 대화를 하는 것 만으로도 들킬만한 것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칸나, 최근에 밴드 권유 받았다면서?"
"밴드라고 할지... 유이가 최근에 기타를 시작했거든. 간간히 가르쳐주다보니 말만 들은거야."
"어? 그럼 기타 다시 시작하는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러는 너는 드럼은 어떻게 할거야?"
"그 이후로 밴드 몇개 돌면서 세션멤버 하고있거든. 꽤 짭짤하게 벌어."
너랑은 다르다는 말씀. 그렇게 말한 미유는 손가락으로 동전모양을 만들어내면서 키시싯 하고 웃었다. 그런가. 다들 나름대로 살고 있구나. 쿠온에 이오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 별개로 지금은 인기 밴드의 리더와 프론트맨. 미유는 고정된 곳은 없지만 나름대로 밴드맨으로서 잘 해나가고 있다. 정말로 완전히 손에서 놓아버린건 나뿐인가? ...이젠 연락도 안되는 그 녀석은 뭐 어떻게든 잘 살테니까.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그러고보니 유이쨩 말이야, 나한테 자기 밴드 들어오라고 권유 했단 말이지."
"...어떻게 만난거야?"
"그야 같은 학교이기도 하고, 내 공연을 봤다던데?"
"설마 유이가 무네노리에 대한걸 알고 있던것도."
"응. 난데?"
"이년이"
관자놀이를 꾸욱 하고 누르며 들어올리니 으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미유의 몸이 떠올랐다. 말하기 싫다고 했었는데 어디서 알아왔던건가 했는데 네년이었구나.
"그래서 어쩔거야?"
"아으.... 어쩔거냐니?"
"밴드, 할거야?"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정적이 둘 사이를 갈라놓았디. 미유는 마치 놀랐다는 것 처럼 눈을 크게떴지만, 저런식으로 반응을 한다는 건 언제나 '자기가 재미있을 만한 일'이 벌어졌을 때 뿐. 그리고 그런 일은 높은 확률로 나에게 있어서 매우 귀찮은 일들이었다. 아 젠장
"할거구나."
"그야 유이쨩은 재밌어 보이니까. 누구씨랑 다르게 열정이 있다고 해야하나? 알잖아?"
알지. 그녀석의 연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으니까.
실력은 초보자. 매일매일 연습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3개월만에 라이브까지 성공시킨 토야마 카스미나 그냐우천재의 부류인 츠루마키 코코로와는 다르다. 철저하게 범인의 연주. 아마 지금같은 방식으로 반년을 한다면, 라이브를 할만한 실력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그정도의 노력을 먼저 언급한 두사람이 한다면 같이 연습을 시작해도 일년안에 무도관으로 갈 수 있을거다. 그정도의 재능이다.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도. 과거에는 걸즈밴드가 드물었던만큼 걸즈밴드라는 희소성으로 인기를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전국시대라고도 불리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큰 의미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뭐라고 하면 좋을까. 패기있다? 듣기 좋다? 아니 전부 아니다. 무엇도 그 연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
그건 자유롭다. 마치 기타를 치는것이, 노래를 하는것이 너무 좋아서 버틸 수없다는 것 처럼 자유로운 음악을 한다.
'그래서 제안이 있는데."
"...뭔데?"
"역시 같이 밴드하지 않을래? 칸나의 기타가 필요한데."
"안한다고 했잖아."
단칼에 대답을 끊어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있으면, 무슨 말을 들을지는 뻔하니까.
"...마감, 아직안끝났잖아. 다녀올게.."
"괜찮겠어?"
"시체치울 준비나 해."
"드디어 나왔구나."
"카, 칸나짱..."
떨고있는 검은머리의 여자와 그리고 긴 붉은머리를 땋아놓은 여자. 쿠온과 이오리가 가게의 출입구쪽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어쩜 이렇게 순수하게 방해되는 년들일까 하고 놀라는 한편, 마감정리를 위해 나온만큼 일부러 그쪽에는 눈을 두지 않고 묵묵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이어나갔다간 돌이킬수없게 될테니까. 하지만 그걸 아는 것은 나뿐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깨를 잡고 거칠게 당기는 탓에 강제로 얼굴을 마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대로 쓰러진건 이오리였다. 그대로 밀쳐버렸으니까.
"사람이 이야기하면 좀 들, 꺅!"
"두번다시 오지 말라고 했지. 다시 오면 죽인다고도 말했고."
"카, 칸나짱 너무 심한거 아니야...?"
"쿠온, 닥치고 있어. 지금 안때린건 얼마전에 라이브에서 패버려서 그런거니까."
쿠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야 할말이 없을테지.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테고.
"난 말이야. 너희를 용서하려고 했어. 쿠온, 네가 처음 왔을때도 결국 이오리를 못찾았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용서했어. 몇개월이나 걸려서 돌아온게 존나게 아니꼬왔지만 너는 그래도 잘못을 알고 있었으니까."
시선이 바닥에 꽂혔다. 이오리는 여전히 땅을 구르고 있었다. 고작해야 넘어진 정돈인데도 마치 명치를 쳐맞은것마냥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꼴이 이제야 좀 어울리네 싶어서 푸핫 하고 살짝 웃어버렸다.
"너희가 밴드를 하건 아이돌을 하건 난 상관안해.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이 무네노리를 파는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여전히 무네노리 무네노리. 아직도 그딴 저질 밴드나 붙잡고 있는거야?"
"그러는 너희는 그 무네노리의 노래를 훔쳐가서 팔아먹는 사기꾼 년들이지만. 누가 더 집착하는지 모르겠네."
그래서 나는 음악을 그만두었다. 더이상 추해지지 않기 위해서. 조금 달라졌을 뿐 무네노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년들과 다를 바가 없어.
"다시 한 번 말하는데, 개같은 소리하면서 분탕이나 칠생각이면 시부야에는 얼씬도 하지 마. 요즘 좀 무서운 친구들이 생겼거든. 죽기 싫으면 어디 촌동네에서 저질 음악이나 하면서 살아가라고."
이오리는 일어선다. 마치 강렬한 공격을 맞은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처럼. 일어나서 증오로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어쩌라고.
"너는,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아. 이오리, 생각난김에 물어몰게. 너는 못오는 이유하나 설명 못할 정도로 우리가 존나 우스워보였어? 쿠온 너는? 왜, 이번에도 소꿉친구인 이오리가 우리한테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던?"
"아,아니야! 저,저기 칸나짱, 잠시만. 정말로 잠시만 이야기하면 이해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쿠온, 그만해. 더이상 들을 생각 없으니까. Romos고 나발이고 둘이서 알아서 잘 해나가길 바랄게. 거기서는 중요할때 긴장된다고 도망가지는 않을거 아니야. 너희가 시작했으니까."
등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어차피 할 말은 없으니까.
"아, 무네노리도 너희가 시작했었지?"
"과해!"
"뭐가?"
"아니 그러니까 그, 좀더 돌려서 말해도 되지않았어?!"
미유는 마치 못마땅하다는듯 허리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저러는게 정말로 잘 어울렸지만, 정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과하지는 않았다. 실제로도 그냥 살짝 밀친걸 자기 혼자 멋대로 자빠진것 뿐이고.
"나도 쟤들이 무네노리 시절 곡을 팔아먹는걸 알았을땐 부아가 치밀었지만! 그래도 뭐랄까, 칸나는 너무 과해."
"정말로?"
"...과해! 역시 좀 더 생각해봐도 방금은 말이 과했어. 병든 부모도 버리고 런각잡을 미친년들이라니."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어."
...가만보니 일부러 놀리는거구만? 녀석의 머리에 가볍게 촙을 날리고는 남은 정리를 서둘렀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건가, 는 이해했다. 미유의 경우 대부분은 흥미본위로 움직이다보니 지금 이렇게 한군데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 자체가 신기할 노릇이기도 했고. 내 예상대로 아마 그냥 내 반응을 보고 놀리려고 하는 것일 확률이 무척이나 높았다. 그러니, 아마 별일은 없을것이다.
"뭔가 쌓여있는거 아니야?"
"...뭐가?"
"욕구물만 아니냐는거지."
무거웠다. 마음이, 어쩐지 무거워졌다. 분명 아무일 없는 평범한 대화였음에도.
"칸나는 정말로 '무네노리'의 해체때문에 화가 난거야? 그렇게 좋아하던 기타도 관둘 정도로?"
"...그러는 너는 어떤데."
"그야 화는 나고, 어이는 없지만 칸나정도는 아니려나."
음악을 그만두었다. 특이한 일은 아니다. 하루에 몇십명이 음악을 시작판다고 하면 그만두는것도 수십명인 것이 음악의 세계니까. 적절한 이유를 찾고, 적절한 이름표를 붙이면 적당한 탈퇴사유가 되는것이 이쪽 판이라는 물건이다. 하물며 지금의 유명밴드, 그러니까 아베무지카같은 경우도 해체 자체를 퍼포먼스로 써먹은 적도 있을정도로. 생각보다 충격에 비해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밴드는 언젠가 끝난다. 모든 즐거운 것에는 끝이있고 무네노리 역시 언젠간 그런식으로 끝났어야했다.
적어도 그정도만 되더라도 만족했을것이다. 하지만, 어땠는가. 두명의 노쇼를 기점으로 점점 몰락해갔다. 신곡을 내려는 의지도 없이 남은 세명이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했지만, 분위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유답네."
현실의 칼날은 언제나 가정 행복흔 순간에 말도 없이 다가와 단룬에 목을 찔러온다. 그 상처는 무엇으로도 회복할 수 없어서 너무나도 고통스럽지만 참아내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상흔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내리는데, 메꾸지도 못한채로 그저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업ㅎ다.
"이거, 선물.."
"뭐야? 어디...뭐야 이거?"
"초 인기 아티스트 유이쨩의 솔로라이브 티켓."
"...언제하는데?"
"지금."
팟, 하고 불이꺼진 무대에 불이 들어왔다. 모두가 사라진 라이브 하우스, 시선을 교차하는 세사람. 유이가 떨고 있다는 것은 척 보기에도 알 수 있었고, 어울리지 않는 락밴드 티셔츠에 귀여운 기타에 꾸며놓은 뭔가 저항심리가득한 문구가 언밸런스한을 자극하고 있었다. 미유는 어느샌가 무대위로 올라가 드럼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조용하게. 그리고 나지막하게. 유이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 저는 하나사키가와 고등부 1학년! 오토노세 유이입니다! 오늘은 바쁘신데 시간내주서서 저의 공연을 찾아와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유이쨩, 존댓말은 안해도 될거야."
"유이, 당장 내려와."
평소와 다를바 없는 억지로 가득찬 목소리. 떨리고 있지만 확실하게 웃고있는 모습은 다른 사람마저 행복하게 할 자신이 있다는 듯 자랑스러워 보였다.
[오토마치 칸나!!!! 나랑! 지금 여기서!!! 승부하는거야!"
"...미유, 내려와."
"내려가면 때릴거지?"
"알면서 이딴짓을 벌여?"
"어차피 미유가 이런 청춘드라마스러운 전개로 가면 어떻게든 될거라고 했을거 아니야."
확실히, 마이고가 비슷한 방식으로 재결합을 하기는 했지만 보컬인 타카마츠씨는 몇주에 걸쳐서 홀로 공연을 하며 발악을 한다던가, 치하야씨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나가사키씨를 라이브하우스로 불러내는것까지 성공했으니까. 그 이후로는 단순히 타카마츠씨의 힘이었다. 싫다는 베이스를 억지로 무대에 세우고 어떻게든 눈물흘리며 화해하고. 그런 드라마같은 이야기로 끝날거였다면, 아직도 이렇기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미안하지만 유이. 난 안해."
"진신으로."
"쫄아서 도망치는거 아니고?"
"맞으면 어쩔건데?"
싫다. 그냥, 이 세상이 싫다. 나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저렇게 하하호호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기타를 잡았던 순간부터 나에게 있어서 락이란 치열하고 피 터지며 잔혹한 것이었다. 아름다운지 어떨지는 타인의 판단이었으니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 시가지만큼은 확실했다.
남보다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연습시간을 열두시간으로 늘렸다. 그렇게 연습간을 늘리니 자연스레 시간이 부족했고 함께 길을 걸어주던 아버지는 어느새 멀어져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겨뤄야할 상대방은 한참 많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볼때마다 나에게 부족한것들이 돋보였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것이 이오리였다. 처음으로 맺은 밴드, 처음으로 하는 라이브. 모든 순간이 새로웠고 들어갈때 들은 말처럼 '이 밴드라면 평생을 연주하도 좋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오리는 나에게 있어서의 구세주였다. 어두컴컴한 세상에서 날 꺼내준 여자. 그런 사람이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믿음이 배신당하는 순간이 어땠을지 너희는 알지 못한다. 그 밀도높은 증오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젠 그냥 기타를 치는 것도 싫어. 솔직히 말하면, 유이가 부탁한게 아니라면 기타교습도 안했을거야."
"이번에도 도망가게?"
"그래서 뭐가 나쁜데? 이제 폐점시간이니까 거기서 내려와. 유이, 밴드 멤버를 찾는거라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이런식으로 나오는건, 좋은 생각이라곤 못하겠네."
"아아, 역시 안되나... 하긴 5분만에 세운 작전으로 될리가 없다곤 생각했어."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지금 내 기타가 썩은 창자끊어내는 소리같다고?"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지 않아?"
"닥쳐봐."
다른건 이해할 수 있었다. 쫄아도 된다. 도망쳐도 된다.
하지만.
넌 대체 뭐냐. 오토노세 유이.
왜 자꾸 나한테 그런걸 강요하는거야.
"오치 연습도 끝이다! 다들 고생했어!"
"...칸나짱,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응? 뭔데?"
"넌 왜 기타를 치려고 하는거야? MyGO!!!!!나 Ave musica가 멋있어보여서?"
"음... 왜였더라? 그것도 여전히 있지만... 역시ー"
저 눈은 희망으로 반짝이고, 마치 태어나 지금까지 절망따위 해본적도 없다는 것 처럼 웃음으로 주위를 밝힌다. 나는 저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태도도 저 웃음도 저 눈동자도. 끈기도 열정도. 그냥 모든것들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토록 아름답지 못한 나를 비웃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단순한 흥미였다.
밴드따위 언제든 갈아치우면 되는 거니까. 이제 막 졸업한 중학생들이 모이는 밴드따위 겨우 그 정도였으니까. 나는 언제든 있을 곳을 옮기며 언젠가 찾아올 진짜를 기다리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무네노리도 그중의 하나. 베이스와는 죽이 잘 맞아서 치기 편했고 기타와 보컬도 서로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보여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언제든 버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다른 밴드와는 달랐다. 다들 열정이 있었고, 향상심도 평균이상. 무난하게 괜찮은 밴드가 될거라고 생각했기에.
설마 버려질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해서, 무네노리가 끝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인정하지 못했다.
"그야 기타를 치면 지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잖아?"
"좋아, 승부하자 유이. 무네노리식으로. 지쳐서 쓰러질때까지 연주하고, 더 오래 연주하는 쪽이 이기는거야."
그렇게 말한 녀석이, 저렇게까지 떨어지는걸 보고싶지는 않았으니까.
좁은 라이브하우스에는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긴장감이 맴돌았다가, 금새 칸나의 손이 움직이는 것과 함께 터져나갔다. 그간의 공백기가 무색하게 초짜를 앞에두고 미친듯한 속주를 가져와서는 찍어누르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연주는 마치 빛나던 시절을 회상하는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창 밖을 스치는 도시의 불꽃들처럼 피어올랐다가 또 사그라든다. 이펙터를 발로 밟으며 미친듯이 긁어대기 시작한다. 화려한 기타솔로에서 앰프가 터질것같은 중량이 뿜어져나오고 그 분노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익숙한 멜로디로 변화해가며 서서히 가라앉자, 이해할 수 있었다. 기타를 내려놓았다는 말. 사실이 아닐것이다.
사람은 내면에서 역동하는 감정이 극단으로 치우치게 되는 순간, 오히려 침착해진다.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지금 막 실감했다. 도발당한것에 대한 분노부터 시작해 질투, 선망, 슬픔, 그리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응축되어 새까맣게 변하고 나니 남는것은 그냥 한 줌도 되지 않는 한숨 뿐. 손이 움직이는대로 몸에 남아있는 기교를 터뜨릴듯이 쏟아내는 지금마저도 마음은 너무나 공허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기분좋은 무아지경이 아니라 수업이 언제 끝날까만을 기다리는 불량학생처럼 한심하게도 이 순간을 버리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유이는 억지로라도 따라오고 있지만 슬쩍 변주를 넣어 박자가 뒤틀릴때마다 저는것이 눈에 보여서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왜 그러는거야. 고작해야 기타리스트다. 구한다고 공고를 내기만하면 수십명은 몰려올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유이가 내는 모집공고에는 언제나 한칸이 차있었고 마치 나와 짜기라도 한 것 처럼 계속해서 현재 협의중이라고만 쓰여있었을 뿐이다. 단 한번도 그런적은 없었는데.
쭉쭉 뻗어나가는 누군가의 레스폴에서 울리는 중저음이 어느새 합류한 미유의 드럼소리가 섞여서 불안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듣기 싫을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되어간다는건 힘이 빠져간다는 소리였다. 이제 곧. 승부가 끝난다. 유이의 기타는 놀라울정도로 정확했으나, 그것을 뛰어넘을 체력도 경험도 부족했으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유이가 기타를 시작한건 얼마되지않았으니까. 이정도까지 따라온것도 다행스러운일이다. 이제부터는 어디가서 욕을 들어먹는 일은 없을것이다.
그리고 나도 드디어 평온을
"그걸로, 괜찮은거야?"
힘이 빠져가는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유이의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나 즐거워보이는 표정으로 기타를 치면서."
그럴리가 없다.
기타는 버렸으니까. 앞으로의 인생에 필요없는 물건이니까.
"정말로 관두고 싶었다면 말이야아... 이런 곳에, 오지말았어야지."
닥쳐
"어차피 또 불리해지면 상처입은척 하면서 도망만 칠거아냐? 그럴거면!!!!!"
"닥쳐어어!!!!!!"
고막을 찢어발길 기세로 울리는 파열음이 라이브하우스 안을 울렸다. 말할필요도 없이 나의 것이다.
"오토노세. 너는 뭘 얼마나 아는데."
"몰라."
기타의 현이 나갔다. 그 짧은 시간에 과열한 탓일까. 아니면 그저 일부러 현이 오래된 걸 들고 올라온 탓일까. 모르겠드. 나도 나를 모르겠어. 승부는 확실하게 나의 패배였다.
체력이 다해 쓰러진 유이, 아직까지도 서있는 나. 둘중 어느쪽이 더 진심이었는지는 확실했으니까.
"유이짱도 제법이네.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했었지?"
"몇개월이 나와도 거짓말이겠지. 하여간 약아빠졌다니까."
"그래서, 밴드할거야?"
"...미유 너는 어때. 할거냐?"
"이번에는 평생도 갈 수있을 것같아."
음악이 끝난다. 연주가 끝난 후에야 나는 내가 하려던 짓을 깨달았다. 목에 스스로 칼을 들이밀고 비겁한 인생이여 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고. 음악을 끝내고싶지 않다고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양손의 힘줄을 끊어내려고 하는 미친년이었다고.
"Romos, 개허접이지?"
"그게 프로면 유이만 다섯명 데리고도 프로씬 갈 수있을거야."
"그럼 죽여버리자. 그리고 해산이야."
"리더는 유이인데?"
"복수를 같이 해준다면 평생 밴드 못해줄 것도 없지."
"제 1회!!!! 두근두근 Dies Veritas 신멤버 모집회의!!!"
"...아까부터 신경쓰였는데 저 뒤에 붙은 현수막은 뭐야?"
"유이가 하고싶다길래 준비해왔지."
"그럼 방금 유이가 말한 Dies Veritas는?"
"우리가 할 밴드 이름."
"아베무지카보고 결정한거야?"
"헤이 거기 두사람! 기념할만한 첫 회의니까 좀더 집중해줘!!!!"
"....유이, 나 질문이 있는데."
"어머, 무슨일일까?"
"적어도 밴드 이름은 바꾸면 안돼? Dies Veritas는 줄이면 가정폭력이 되어버리잖아..."
그 날, 그 소녀를 만났던것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나 슬퍼보이는 노래를 들은것도. 무언가의 운명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 소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걸까.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 나는 도쿄로 왔다.
정들었던 가족들을 떠나, 혼자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저 그곳에 있다가는 언젠가 머리가 터져나갔을 것 같았으니까. 목줄을 찬 생활은 더이상 하기 싫었으니까.
태어나서 처음보는 대도시는 정말로 복잡하고 또 어지러워서. 몇번이나 전철을 잘못 탔던 가억이 난다. 이제는 신주쿠역에 내려서도 제대로 출구를 찾아갈 수있고, 어디에 가더라도 길을 헤매지는 않기에 그저 몇년 정도 전의 재미있는 추억이다.
다만 익숙해진다는 것은 새로운 만남을 가질 일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창 길을 잃고 다녔을때, 시부야의 한복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다다른 어느 작은 라이브하우스에 도착했을때. 친절을 베풀어주는 언니들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라이브를 보게 되었을때. 이런 세계도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버려서. 무채색이었던 머리속이 순식간에 우주의 색채로 빛나는 순간은, 아직도 떠올릴 수 있었다.
처음 본것은 분명, 타카마츠 선배의 공연이었다. MyGO!!!!!가 아닌 이유는 정말로 처음에는 낭독극에 불과했었으니까. 한소절 한소절 눌러써둔 감정이 터지듯이 밀려와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언젠가는 나도, 저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그 노래가 두번다시 연주되는 일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노래는 분명 그것 뿐일것이다.
詩超絆우타코토바
그날 본 빛은, 분명히 아직도 빛나고 있었다. 지나간 봄의 향기를 끌어안은채 안개비가 내리는 짙은 여름의 하늘로 시간은 확실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라이브하우스에 다니기 시작했다. 용돈이라던가 이런저런 문제로 가끔씩 다닐 뿐이었지만 나름대로 밴드를 보는 눈도 길렀다. RiNG부터 CiRCLE. 여러 라이브하우스를 돌아다니며 언젠가는 저런 무대에 서고싶다고. 그렇게 생각할때도 있었지만, 모든 밴드가 그런 좋은 결말을 맞는 것은 아니었다.
ムネノリ。
나와 비슷한 나잇대의 여자아이 다섯명이 하고 있던 밴드. 다른 밴드들에 비하면 기타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다른 파트가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바람에 다른 파트를 띄워올리기 위해 일부러 족쇄를 매달아놓은듯한 연주를 하는 밴드. 그럼에도, 비슷한 나잇대의 밴드들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는것이 괴로운 수준은 아니었다.
하드락을 바탕으로 한 러브송이란 선택은 아무래도 웃을 수 없었지만 진심으로 연주를 즐기고 있다는 것만큼은 전해져와서. 소소하게 공연을 찾아보는 정도까지는 했었다. 그래봐야 데뷔를 빼면 두번정도에 심지어 세번째에선 그 사건이 터졌으니까. 라이브 당일에 베이스와 보컬이 노쇼를 한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부터 기타를 맡았던 아이가 베이스를 들고 리듬기타를 치던 아이에게 리드와 보컬을 맡기지를 않나. 셋이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모습은 안쓰러웠지만 그럴거라면 어째서 세션멤버를 구하지 않는지 의문도 생겼다.
그리고 그 걱정은 마치 미래를 예견한것처럼 적중해버려서. 무네노리는 빠르게도 해산을 맞이해버린, 그저그런 밴드들중의 하나로 끝을 맞이했다. 그런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
시간은 흐른다. 누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든, 누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든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고 흐른다.
중학교의 3년간은 쏜살같이 지나가서 정신을 차리고보니 다음달이면 고등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가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가족들과 연락하는 시간은 조금 늘었다. 예를 들어 어머니라던가. 아니 사실 어머니가 대부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한텐 관심조차 없기도 하고. 어머니에게는 제법 쓸만한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
무네노리의 해산아닌 해산 소식을 들은 이후 라이브하우스에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햇수로는 이제 1년이 되어간다. 흔한일이다. 관심이 없어졌다고 할지, 이전만큼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만큼 조금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제법 괜찮은 성적으로 하네오카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봐서, 조금 웃음이 나왔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웃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네오카는 진학교로 유명했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지금도 많이 늦었으니까 더 노력해야해. 같은 언제나 하던 말 뒤로 진심어린 웃음이 새어나오는 탓에 그만 비웃어버리고 말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말하고있는 여자의 표정이 어떨지는 쉽게 상상할 수있었으니까. 구역질이 난다. 이런 여자에게 칭찬받은것 정도로 기뻐하는 내가 너무 역겨워서. 짜증이 났다.
"...미안. 이제 끊을게."
'아, 그렇지. 공부흘 시간을 너무 뺏어버렸구나. 엄마가 미안해. 여름방학에는...'
뚝, 하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전화기가 벽에 던져져서 그대로 형체를 잃은채 부숴져있었다. 오래되기는 했었으니까 별수 없겠지.
초봄의 빗소리가 창문을 두들기고 있다.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벌써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는 별같은 가로등의 불빛만이 하늘 아래를 밝히고 있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비는 슬슬 기세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정작 그치는 일은 없었고 때문에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에도 어스름한 신호등의 빨간빛이 정지신호를 보내는 것 마냥 물들어 있을 뿐이었다.
하나같이 어둡기는 했지만, 하늘의 색은 점점 변해가서 이제는 완전히 먹물을 흩뿌린 도화지처럼 검게 변해서 인공위성의 불빛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묘하게 몸이 찌뿌둥한 것이 느껴진다. 분명 좋은 일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바닥에 고인 물 위로 비춰진 나의 얼굴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한심해보여서 마치 아무런선택도 하지 못한 나를 조롱하듯 느껴졌다. 평상시에는 다크서클이 생기더라도 눈빛만은 확실히 살아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런 총기마저 사라진 눈에는 나를 향한 연민과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욕망같은 것들이 서려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문지가 있다면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리라.
가볍게 웅덩이를 밟아 파문을 일으키니 그런 형태마저도 이윽고 사라졌다. 나도 이렇게 사라지면 좋으련만.
"...며 웃어보였어ー"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밤거리, 몰아치는 빗소리를 꿰뚫고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나는 홀린듯이 뛰쳐나갔다.
들고왔던 우산도 내팽개치고 맞지않던 신발이 벗겨지는 것 조차 신경쓰지 않고. 어쿠스틱으로 연주하는 어린아이의 억지를 그대로 담은 듯한 노래에. 마치 보석을 찾은 모험가처럼 달려나간 그곳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이 점점 늘어가"
그곳에는 신이 있었다.
가림막 아래였음에도 얼마나 서았던건지 소녀의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있었다. 손에 쥔 싸구려 기타도 누가 본다면 한것 욕을 헤버릴 정도로. 튜닝은 진작에 어긋나있었음이도 꾸역꾸역 연주를 이어나가는 것은 어떤 종류의 집념이나 아집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이상 연주를 기속할만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소녀의 목소리는 빗소리를 묻어버린다. 세상 모든 정적을 삼켜버린 듯 조용해진 공원의 한 구석, 고장난 기타가 핏방울을 떨어뜨리며 음을 연주하면 소녀는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듯 더욱 거세게 노래한다. 세상에 녹아들지 못하는 무법자들의 노래. 공간 자체가 제것인것 마냥 소리치는 소녀는 자신의 목소리로 백색소음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간다. 어느새 마지막 소절로 들어간 노래에 지금까지중의 최대한의 감정을 담은 소녀가 숨을 들이키는 것과 함께 완벽했던 세상에는 틈이 생겨난다. 깨진 빈틈으로 밀려오는 감정들. 하늘을 바라보는 소녀의 말라버린 눈물 자국 위로 빗소리가 덮어씌워진다.
"살아가-!!!!!"
최대한의 감정을 담은, 절망과 분노의 노래가.
그것은 자신을 세상으로 끌고 나온 어느 한 사람에 대한 친에의 표현이었으며 동시에 모든것을 부숴버린 여자에 대한 증오의 표출이었으니. 그 직후 나는 달려나갔다. 되고싶었다. 저렇게나 빛나는 사람을 저렇게 만든 사람은 대체 뭘까.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답은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확실했다.
특별해지고싶다. 내가 미아를 동경하고, 인형을 동경해왔던 이유는 분명 이것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있어서 특별해지는것이 아닌, 누군가가 자신을 저 정도로 원하게 만들고싶었다.
머리를 새하얗게 물들이고, 손에 익지않는 기타를 연습하고. 그녀의 감정을 아주 조금이라도 담아내고 싶어서 노래를 불렀다. 머리를 희게 물들이고, 웃는 얼굴을 연습하고. ㅔ안경은 버리고 렌즈로 바꿔끼웠다.
그리고 입학식, 나는 운명과 마주한다.
아, 그래 .이것은 운명이다. 나는 이것을 위해 살아온 것이라고 깨달아버릴 정도로 강렬한 이끌림.
너를 그렇게 만든 사람처럼. 아니, 그렇게 만든 사람보다도. 나를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싶다. 오토마치 칸나.
너의 감정이, 온전히 내 것이기를 바래.
"두근두근!!!! 제 3회! Dies Veritas 신멤버 모집회의!!!"
"이게 3회까지 오는구나."
"유이 마음엔 베이스는 정한것 같지만 말이야~"
"응! 전에 오디션에 왔던 츠키노모리의 1학년인 아이야! 이름이... 어... 미유쨩! 이거 어떻게 읽어?"
"아카바네. 라고 읽는대~"
"아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잖아. 그 애 오디션은 내가 못왔을때였지? 츠키노모리면 그 아가씨 학교잖아? 뭐 모르포니카나 마이고의 나가사키씨도 그 학교 출신이기도 하고."
"맞아~ 뭐 재미있는 애였지."
"미유 니가 그렇게 말할정도야?"
"어릴때부터 콘트라베이스를 했었대!"
"아 뭐, 츠키노모리라는 느낌이네."
"그리고 일렉은 해본적이 없다는데~"
"뭐?"
"모르포니카를 보고 도전해보고 싶어졌대."
"음!!!! 나는 그 말에 진정성을 느껴버렸다구! 전에 칸나쨩도 그랬잖아? 동기는 아무래도 좋다고!!!"
"그야 뭐 그렇지만... 몇달 안에 라이브를 할 정도로 만들어 놔야하는건가..."
"정확히는 세달정도지만~"
"어? 그렇게 갑자기?"
"유이가 CiRCLE예약에 성공해버렸거든~"
"뭐?"
"후후... 대단하지?"
"뭐?"
"제 1회!!!! 두근두근 Rock bottoM 정기회의!!!!"
"뭔가 횟수가 초기화 됐는데?"
"이름을 정했으니까 다시 해야한다고 유이가 그러더라."
"헤에... 이런 회의도 했었구나!"
"후후 오토하선배는 이런거 처음이지? 지금까지 우리들의 중대사는 모두 여기서 결정된거란 말씀!"
"뭐 그렇다기엔 멤버모집을 어떻게 하냐정도가 전부였지만. 야 시마무라 미유. 지금 뭐하는거냐?"
"우리 오토마치 칸나님이 안먹는걸 치우고 있는데?"
"방금 주문한거잖아! 정말이지. 먹고싶으면 네걸 시키라고."
"이번에 베이스 사서 돈없거든~"
"에? 베이스는 내 담당아니야?"
"아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선배. 저녀석 그냥 악기 수집이 취미라서 저러는거라."
"그, 그렇구나. 오늘이야말로 나가게 될줄 알고 놀라서 그만..."
"그러고보니 오토하선배! 베이스는 어때? 아직 세션은 안해봤잖아!"
"아, 그게...말이지...."
"선배는 원래도 악기를 다루던 사람이기도 하고. 이해력이 좋아서 가르치는대로 실력도 늘고는 있지만..."
"아직 모자라다는거지?"
"시작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그쪽 실력을 따지자면 유이도 만족스럽지는 않잖아?"
"네 눈이 너무 높은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우우 맞아맞아! 칸나쨩은 연습시간을 줄여줘라!"
"유이 네가 상담없이 라이브를 잡지않았다면 이정도로 빡세게 굴리는 일도 없었을거란 생각은 안해본거냐."
"아하!!! 아흐하이하!! 아으.... 뭔가 최근에 칸나쨩 나한테 거침없어진거 아니야...? 헉, 혹시 사랑이 식었다던가?!"
"애초에 사랑한적 없거든. 밴드를 하자고한건 유이 너니까 말이지?"
"저, 다 다들 싸우지는 말자?! 밴드내 불화는 해체의 원인이라잖아...!"
"아 선배 저거 싸우는거 아냐. 쟤네는 평소에도 저러거든."
"에에..."
<기타를 치게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뭐야 이거? 비디오? 이런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꼭 해야해? 광고? 유튜브에 올린다고?
인지도가 필요할거라고 한건 칸나쨩이니까!!
아니 뭐 그야 그렇긴 한데. 별 수없나. 계기 말이지...
전에 얘기했던적이 있던것 같은데 난 어릴때부터 기타를 잡았었단 말이지. 정확히는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그때는 아버지가 아직 락밴드를 하고 있던 시절이라 그걸 따라다니면서 스튜디오에서 노는게 내 하루일과였어. 그래도 그땐 락을 좋아했다기보단 그냥 아빠랑 노는게 좋았던것 같기도.
<파더콘인것 치곤 지금 가족이랑은 절연하지 않았나요?>
누가 파더콘이라는거야. 뭐 그건 어쩔 수없지. 아버지는 꿈을 쫓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은 대개 가정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잖아? 어머니도 예전엔 아버지를 응원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법이니까. 어느날 이혼서류를 들고와서는 내가 보는 앞에서 그렇게 말하시더라고. 이혼을 하던가 아니면 음악을 그만두라고. 그 나이가 되도록 이룬거라곤 안팔리는 앨범 몇개인데 가정에 좀 충실해주면 안되냐고.
<아 이거 심각해지는거야?>
유이 니가 듣고싶다면서. 그럼 잠자코 들어.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아버지네 밴드는 해산. 어머니는 락이나 기타라면 치를 떨게 되서 말이지. 집에서 음악이라곤 꿈도 못꾸게 되었다 이거야. 당시엔 나도 뭐라고 하지는 못해서 얌전히 말을 듣는척하면서 몰래 라이브하우스에 다니고는 했는데... 그 시기에 MyGO!!!!!의 그 라이브를 봐버렸어. 알잖아 타카마츠씨가 했었던 그... 낭독이라고 해야할지 묘했던 그거. 난 마지막이랑 그전의 몇번밖에 못봤거든. 그렇지만... 음, 그래. 그 라이브가 확실하게 날 바꿔버렸어.
<아 확실히 그때쯤 무네노리 결성했었으니까>
그 이후부터는 너희가 아는대로야. 집을 나와서 밴드를 만들고 깨지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결국 여기까지 온거지. 집을 나올때 분명 이것저것을 버리긴 했고 무네노리가 해산할때는 정말 전부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그럼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안구해지는 키보디스트. 예전에 아버지네 스튜디오에서 기타치고 다닐때 같이있던 녀석이 엄청나게 잘쳤었거든. 얘기하다보니 갑자기 생각나네. 근데 너네들 연습은 하고 찍는거야? 나중에 검사한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도쿄가 보였습니다. 불빛은 너무 조밀하게 흩어져 있어서, 어디까지가 도시고 어디부터가 어둠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회로판 같기도 하고, 기억 속에 남은 누군가의 잔상 같기도 했습니다. 그 속에 제가 살았던 시간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지금은 모든것들이 그저 낯선 사람처럼만 느껴졌습니다.
점멸하는 불빛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건 아주 낮고 둔탁한 베이스 같았고, 어떤 건 조용한 신시사이저처럼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걸 바라보다 보니, 갑자기 오래된 소리가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나무 바닥을 울리던 기타의 진동, 그 소리를 따라잡으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움직이던 저녁들. 아무 말 없이 같은 노래에 머리를 끄덕이던 옆모습.
이상하게도, 그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데, 닿는 순간 깨져버릴 것 같은 유리 조각처럼 불안정했습니다.
차마 끝을 맺지 못해서, 후회만으로 가득한 음악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제 의지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 그저 남은 것들 중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고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가 했던 말처럼 두렵더라도 끝까지 연주를 멈추어서는 안되니까.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음악은 너무 무르고, 너무 날카로웠습니다. 그래서 혼자가 더 편했습니다. 혼자는 외롭지만, 무너지진 않으니까요.
도쿄는 예전보다 더 밝아진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더 차가워 보이기도 했고요. 도시가 사람을 밀어내는 방식은 언제나 조용했습니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발 디딜 틈조차 주지 않죠. 그런데도 이상하게, 다시 돌아오고 싶었습니다. 도쿄는 저를 상처입혔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음악을 들려준 곳이니까요.
“이제 곧 착륙하겠습니다.”
기내에 울린 안내방송이 저를 현실로 끌어당겼습니다. 귀에 닿는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도시의 소리들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도시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따라갈거라고.
평소보다 손가락이 조금 느리게 느껴졌다.
피크를 쥔 손에 땀이 차서 그런가. 아니면, 멍하니 딴 생각을 해서 그런가.
앰프에서 울리는 소리가 유난히 가볍게 들렸다. 무대 위를 상상하며 휘두른 코드가 허공에서 휘청였다. 다 쳤는데,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었다. 주법을 바꿔도 튜닝을 다시해도 무언가 텅 비어버린듯한 느낌을 지우지 못해 다른 녀석들이 연습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서 한참을 앉아 사색에 잠겼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싫어했지만, 정말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유이는 보컬에 재능이 있었고 선배도 열심히는 하지만 그저 그 뿐. 이런 상태로 무대에 세웠다간 비웃음만 당할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그 녀석이 떠올랐다. 분명 괜한 이야기를 하게 했던 그 녀석들 때문이다. 왜 하필 그 녀석인지는 모른다.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아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지만.
괜히 요즘 자주 생각이 난다. 막무가내로 애드리브 투성이였던 기타를 쫓아오던 모습이. 무대 조명 너머로 키보드 앞에 앉아 있던 얼굴이.
항상 조용한 녀석이었다. 언제나 자기 얘긴 거의 안 하면서, 내가 뭘 하든 무심한 척 다 들어주고 기타를 칠때면 그렇게나 눈을 반짝이면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애드리브에 모조리 반응하는 녀석. 말은 적었는데, 합주할 때만큼은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좀 무서웠지. 그리고 부럽기도 했고. 그녀석은 혼자서도 괜찮아 보였으니까.
나는 그러지 못했는데.
한때는 진짜 다 끝난 줄 알았다. 기타도 버리고 싶었고, 무대도 더이상 보기 싫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무언가를 자극하듯 부추겨대는 얼굴이 떠올랐고, 행복했던 기억속에 침잠해가게 되었다. 즐거웠지. 무네노리는. 아니 그저 기타를 치는것이 즐거웠던걸지도 모르겠다. 결국 손에 쥔걸 놓아버리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려서 반사적으로 기타를 칠 뿐. 솔직히 복수를 위해러만 치는 기타는 전혀 즐겁지 않아. 다른 녀석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재미정도야 있고 그 꼴을 낸 녀석들에겐 한 방 먹여주고 싶지만, 그건 정말로 내 음악인걸까? 내 기타인건가?
고민을 해봐도 답을 알수는 없었기에.
그저 그때처럼, 같은 노래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스피커의 전원이 꺼지자, 무대에 남은 잔향도 따라 사라졌다. 칸나는 조용히 앰프의 잭을 뽑고, 케이블을 정리했다.
가게를 닫고 나서 연습을 위해 이렇게 남아서 연습을 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손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그리 따라주지 않았다.
Rock bottoM. 유이의 손에 이끌려서 만들었다고는 하나 지금의 내가 속해있는 밴드. 내가 다시 기타를 들게 된 계기이자, 무너진 자신을 붙잡기 위해 만든 내가 있을 장소였다.
하지만, 최근엔 뭔가 어긋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베이스는 많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보자 티를 벗지 못했고 보컬은 너무 필사적이라 쥐고있는 기타는 고사하고 노래하는 것 마저도 어수룩해 보인다. 서킷 페스 까지는 앞으로 한달. 최고의 연주로 나가도 모자랄 판국에 이대로 가다간 초창기의 포핀파티처럼 작은별 변주곡이나 치고 내려와서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시간이라도 좀 괜찮았다면 모를까 하필이면 피크 타임을 할당 받은 만큼 어중간한 연주를 했다간 녀석들에게 복수한다는 큰 뜻은 이루기도 전에 터져버릴 지경이다.
‘시간이 부족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기타를 케이스에 넣었다.
가게를 나오니 머리 위로 드리운 달이 구름에 가려져 거리는 평소보다도 한층 더 어두워 보였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야 있었지만 마음 속에 생긴 응어리가 해소되지 않아 돌아가더라도 불쾌한 기분만 들것이 뻔했다.
‘…이게 아니야. 뭔가, 좀 더 관객을 끌어 당길만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나에게 있어 기타는 어디까지나 복수를 위한 도구였다.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혹은 감정을 감추기 위한.
둘 다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슬프게도 최근의 나는 몇 일째 그 상태에 빠져있었다. 슬럼프라고 하는 녀석이다.
애초에 왜 나는 그날 유이의 제안을 승낙했던 걸까.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놓지 못했던 걸까? 전부를 버려버리고 사람답게 살아갈 거라고 결심했던 주제에 고작해야 기타를 내려놓는 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그게 나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아버지가 밴드를 그만 두었을 때. 지쳐버린 얼굴로 집에 돌아와 밴드는 해산했다고. 내일부터는 제대로 된 직장을 찾는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다음 날 쓰레기장에 버려진 아버지의 고물 기타를 가지고 돌아와 그 따위로 필사적이지 못 할거라면 그렇게 평생 도망이나 치라고 말했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주머니에서 낡은 피크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아이와 처음으로 함께 만든 곡을 연습하던 날,
작은 스튜디오 구석에서 떨어뜨린 걸 줍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 피크는 내가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즐거운 기억 중 하나였다.
"…뭐 하는 거냐, 진짜."
웃으며 중얼거리고 일어섰다.
이대로 집에 가봤자, 어차피 기타를 꺼낼 것이다.
그럼 차라리 밖에서 치자.
누구도 듣지 않는, 그저 지나치는 소음 속에서.
나는 조용히 기타를 매고 신주쿠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더 환해진다.
그 빛 속에서 사라진다면 조금은 자유로워질까.
지하도를 빠져나와 신주쿠역 동쪽 출구 쪽으로 걷는다.
아직 자정을 넘지는 않은 늦은 밤. 건전한 학생이라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하지만 유흥가의 불빛은 아직 꺼질 기미가 없다.
사람은 적지않게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있지는 않다.
이 도시의 시간은 그렇게 기형적으로 흘러간다.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골목, 익숙한 노랫소리, 그리고 그 익숙함 속에 감춰진 낯선 공기.
처음 이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했을 때는, 진심으로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소리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감정이 나의 연주에 실려 흔들리는 순간,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작해야 이름없는 기타리스트. 심야에 가까워진 시간에 불쑥 나타난 무명의 밴드맨에게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자유롭다. 한 사람의 몰락을 지켜볼 누군가도 없이 그저 스스로를 재로 만들기 위한 무대.
칼날 같은 네온 아래, 가방을 내리고 기타를 꺼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천천히 세팅한다. 앰프의 연결을 확인하고 마이크의 무선 연결을 확인하고. 다행히 한동안 쓰지 않은 통기타임에도 큰 이상은 없는 걸 보면 확실히 좋은 기타다. 내 물건 이지만. 힘 빠지는 웃음을 슬쩍 내고는 스트링을 강하게 튕겼다. 살짝 마른 공기 속에서 도시의 불빛이 점멸했다.
그 번잡한 불빛이 거슬려서 눈을 감았다.
그저 손가락이 기억하는 순서를 따라 멜로디가 이어진다. 마치 어딘가 묶여 있는 것처럼 단정하면서도 억눌린 소리였다.
연주의 중간, 스트로크가 갑자기 거칠어진다. 마치 찢어내듯 줄을 긁어내고, 그 사이사이에 숨이 엉켜 들어가는 듯한 리듬이 스며든다.
그건 분명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음악이 아니었다.
마치 자기 속에서,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나 떠보는 듯한 연주.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날카롭게.
뭐에 그리 화가 났는지 폭력적이라고 할 정도의 속주. 얇은 손가락이 움직였다 생각하면 순식간에 5, 6개의 음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온다. 자신의 테크닉을 자랑하기 위해 하는 연주가 아니라 그저 할 수 있으니까 한다는 듯 연주는 완벽하다거나 깔끔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따지자면 날 것 그대로의 연주. 다만 그것을 피워내는 손가락은 기타 기교의 극한을 보여주려는 듯 소리를 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까지 해버린다면 일그러질 법도 하건만 탁음을 품었던 기타의 울림은 삽시간의 도시의 소음을 집어삼키고 또렷한 울림을 내기 시작했다.
‘이걸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일부러 더 강하게 현을 튕겼다.
처음으로 음이 튀어나간 순간, 몸이 움찔했다.
너무 날카로웠다.자신이 낸 소리에 스스로 놀라는 건, 그날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나에게는 도망칠 곳도, 돌아갈 곳도 없었다.
누가 들어주든 말든 그저 이 밤을, 지금 이 순간을, 나의 소리로 뚫고 나가야만 했다.
코드를 짚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어릴 적처럼 자유롭지도 않고, 무대 위처럼 절제되어 있지도 않은, 그저 갈 곳 잃은 감정들이 기타줄 위에서 부딪히고 있었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터지지 않았다.그럴 자격이 없었기에. 터져 나올 것 같던 비명소리를 한계까지 참아내다가 연주도, 도시의 소음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할 때
속으로만 삼켰던 분노와 슬픔이 섞여, 울컥하고 터져버렸다.
“Aaaaaa--!”
손끝이 뜨거워졌다.
마치 피가 다시 돌기 시작한 듯한 감각.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다.
하지만 칸나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그들 사이에 ‘그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게 너무 무서웠다. 이렇게 얼굴에 철판 을 깐 채로 녀석들을 만날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그녀는 모자를 더 눌러썼다.
그림자 아래 숨은 채,
아무도 모르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연주를 계속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제 5회!!! 두근두근 RockbottoM 정기회의!!!!!!"
"이것도 어찌저찌 10회까지 왔구나 감개무량하네."
"공식적으로는 5회지만 말이야~"
"그러고보니 세사람은 같은 학교라고 했었지? 그전에도 이런식으로 회의했었어?"
"아 뭐 그랬죠? 딱히 영양가는 없었지만."
"그거 지금이랑 별차이 없으니까 패스패스.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구 선배."
"중요한건 지금부터라는거에요! 선배!!
"다들...!"
"뭐 그땐 연습 끝나고 저녁에 뭐먹을지를 더 많이 얘기했으니까.
"내가 가자고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한번도 안됐었잖아!
"애초에 유이가 추천하는 식당은 대체로 비싸잖아."
"그부분을 어떻게든!!!"
"아하하..."
"그래서 오늘은 왜 회의하는거야? 무슨 일 있었나?
"선배가드디어 합격점을 넘은 기념으로 회식이나 할까해서"
"그런거였어?!"
"동거인은 모르는 눈치인데?"
"어?! 진짜?! 나 그럼 스시가 좋아!!! 회전 안하는 녀석으로!!!"
"참고로 각출이니까 원한다면 상관없어."
"스시로라도 괜찮다고 생각해."
"고저차가 굉장하잖아ㅋㅋㅋ"
"아니 아니 이런거라면 내가 낼게! 아니 내게해줘! 칸나한테는 항상 도움만 받은데다 레슨비도 월세도 한사코 안받으니까..."
"제가 선배한테 돈을 받으면 그림이 이상해지잖아요."
"처가에 얹혀사는 기둥서방느낌이 장난아니기는 하지."
"좋아 싸우자는건가."
회의실의 공기는 이미 몇 분 전부터 무거워진 상태였다.
긴 책상 너머로 서로를 견제하듯 앉아 있는 라이브하우스 관계자들과 밴드 멤버들 사이에서
칸나는 팔짱을 낀 채 말을 아꼈다.
그러다 한마디가 나왔다.
“잘도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었네.”
정적.
그리고 대꾸도 없이 흘려 넘기는 이오리.
칸나의 눈썹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적어도 곡 만든 사람한테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땐 같이 만든 거잖아.”
“지금 그 얘길 왜 여기서 해?”
RomoS의 드러머가 딱딱하게 반문했다.
그녀는 RomoS의 두사람과 칸나의 관계를 잘 알지 못했으나 그럼에도 지금의 멤버들이 이유없이 욕을 먹는것을 참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았다.
“그러게. 그 얘기를 하필이면 여기서 하게 만든 건 누구라고 생각해.”
칸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쳤다.
눈은 이오리와 그 곁에 선 미온을 향해 있었다.
그 순간, 시선이 날카롭게 스친다.
“…그리고 넌 또 뭐야. 왜 하필 거기에 붙었어.”
미온은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다.
RomoS의 도우미로 합류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은 조금씩 갈라지고 있었다.
“…공연 도와달라길래, 해줬을 뿐임다.”
"음악은 관뒀다고 했으면서 말이지. 내가 그렇게나 신용이 없었어?"
조용히, 그러나 또박또박하게 미온이 답한다.
회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시 정적이 돌았다.
OrBIT, StATION, 다른 두 곳의 대표들도 이 기류를 감지하고 슬쩍 중재에 나섰다.
“이, 일단은 잠깐 쉬죠! 다들 지금 너무 머리에 열이 올랐어요."
칸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멤버들이 말리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 손을 뿌리치고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안의 모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어중간하게 끝나버린 회의를 곱씹고 있었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다시 회의실 문이 열렸다.
칸나의 손에는 이상한 종이가 들려 있었다. 얼핏 우스워보이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전과 확연히 달랐다.
얼굴은 다소 진정된 것 처럼 보였지만, 눈빛은 전보다 훨씬 차가워져 있었다.
"대반으로 결정하자."
그 이외의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말도 필요없다는듯 곧바로 말을 꺼낸건 미온이었다.
이렇게 될줄 알았다는듯.
“대반이라면 제안할게 있슴다."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종료시간까지 집계해서 우리 쪽의 음료 매상이 더 높다면ー"
"지금의 그 허접한 애들은 버리고 저랑 같이 평생 밴드를 해줘야할검다."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다시 한 번 정적에 잠겼다.
어디까지 농담인지, 어디까지 진심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쪽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그 정도 조건이어야 공평하지 않겠슴까?”
"물론 저희가 진다면 저희중에 한명, 드리겠슴다."
미온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 눈은, 다시 예전의 어떤 감정도 품지 않은 채였다.
미온의 말이 끝나고,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워지는 듯 했다
“…둘다 미쳤나…”
누군가 작게, 진짜로 그렇게 중얼였다.
회의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까지 유독 또렷하게 들려왔다.
주인공은 당황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젖혔다.
“페스 한번에 멤버까지 걸라니 너희들 정신 나갔냐?"
이오리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눈빛은 달랐다.
그 눈빛은 묻고 있었다.
진심이냐고.
칸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얕은 숨만 내쉰 채 말했다.
“진심이야. 장난처럼 보였다면, 그건 네가 나를 아직도 얕보는 거겠지.”
RomoS의 드러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참견했다.
“그딴 유치한 룰을 우리가 왜 받아야 되는데? 말도 안 되잖아.”
칸나는 그의 시선을 스치며 고개만 살짝 기울였다.
“개쫄리나보지? 나한테 개같이 쳐발릴까봐?”
순간, 회의실 안에 짧은 파문이 일었다.
누군가는 소리 없이 숨을 들이쉬고,
누군가는 물컵을 내려놓다 멈췄다.
미온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칸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감정을 가늠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 침묵을 깨운 건 OrBIT의 오너였다.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나긋한 말투의 여자.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는 괜찮은것 같은데요?"
모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이미 노트를 펼치고, 메모를 하고 있었다.
“걸즈밴드에 대반이라는 요소로도 어느정도는 아슈가 될텐데 게다가 지면 멤버를 빼앗기는 단두대매치… 자극적이고 좋지 않아요?"
StATION 측도 팔짱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밴드 간에 경쟁 구도가 있으면 관객들 입장에서도 훨씬 보기 쉽죠. 편도 갈릴 테고, 바이럴도 될 거고…”
“심지어 진짜 멤버 이동까지 발생하면, 이슈가 되기엔 충분할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진 어렵겠지. 두 밴드는 장르적으로도 유사하니까 그림은 잘 뽑히겠네."
다른 라이브하우스 대표가 말을 덧붙였다.
이야기는 빠르게 흘러갔다.
“전면 포스터에 박아도 되겠는데요? ‘걸즈밴드 결전' 같은느낌으로?"
RomoS 쪽 멤버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칸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한 손으로 팔짱을 쥔 채 눈을 감았다.
마치 아무 말도, 아무 결정도 이미 상관없다는 듯이.
그러다 눈을 떠, 다시 미온을 바라봤다.
“너, 내 기타가 개허접하다고 했었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그 말 끝엔 어딘가 오래 묻어 있던 울분이 스치고 있었다.
"그딴 개허접한 년들이랑 어울리기만 해서는 절대 알지 못하는게 있다는걸 알려줄게."
"좋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칸나짱한테는 질것 같지 않지만 말임다."
오토마치 칸나는 지금 OrBIT의 홀에 있었다.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던가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단순히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본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그런 대단한 걸 할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단순히 여기에 있는 것 조차 저 혼자만의 분노를 끌어안고 조금이라도 허튼 연주를 한다면 곧바로 욕을 처박을 생각 뿐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내면에서 역동하는 감정이 일정 수준을 넘어버리면 오히려 침착해진다고 했던가. 지금의 칸나만큼 그 이야기를 강렬하게 실감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질투라던가 선망이라던가. 하나로는 정리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있어서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은데도 이상하리만치 표면은 고요했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깊었다.’
무대 위에는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배신자들과, 친구와… 잘 모르는 사람. 제대로 이야기를 해본 것은 미온 정도였지만 때로는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은 사람과도 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좁은 라이브하우스 전체를 울리는 진동, 손끝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는 선율. 거친 선율이지만 마치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사운드. 이전에 봤을 때엔 화를 주체하지 못한 탓에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 무엇 하나도 진심이 아닌 것이 없었다.
시작부터 울려대는 무시무시한 음의 강타. 마치 자기 이전의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오만하게 구는 모습. 하지만 반항할 수 없다. 제멋대로 폭주하는 세션을 휘어잡고 소녀는 노래한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겠다는 듯 이어지는 짧은 랩 파트의 뒤로 솜씨 좋은 기타 솔로가 뒤를 채운다. 하나하나를 놓고 본다면 어디까지나 제멋대로 이어 붙인 비트일테지만 분명 소녀들의 음악은 곡의 형식을 부수고 자유를 노래하고 있었다.
아직 모자라, 더 타오를 수 있어.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기에. 그 위태로운 음악에 반해버릴 것 같아서. 그 누구도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보석처럼 반짝거리며 빛나는 모습은 누군가를 매료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칸나는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분명 별이 되었었다. 이런 무대에 개인적인 감정을 담을 수는 없었기에.
그러고보니, 왜 음악을 시작했더라?
머리가 아파. 조명이 너무 강해서 그런가? 강렬하게 울려대는 음악이 조금은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연주하는 손 끝은 당장에라도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워서. 어쩌면 이미 글러버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호성은 들리지만 관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있는 이 곳은 관객석과는 거리가 머니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이곳과 저곳은 사실은 아예 다른 차원이고 나는 영원히 저곳으로는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니, 생각할 시간이 없다. 라이브중에 다른 생각을 하는건 삼류중의 삼류. 즐기지도 못하면서 아티스트를 자칭할거라면 차라리 그만둬버려라. 꼴사나우니까. 그래, 멈춰서는 안된다. 그럴만한 자격이 나에게는 없다. 그래, 그저 혼자가 편하다며 진심을 속이고 도망친 나에게는.
너의 곁에 설 자격이 없다.
…어라? 누구의 곁에? 나는 대체…
“ㅡ!!!!!”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끄러운 라이브회장을 꿰뚫을 정도로 쳥명하고, 선명하게.
고개를, 고개를 들어야한다. 분명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태양에.
“미온ㅡ!!!”
아, 와있었구나. 어제 그렇게 헤어져 놓고. 절대 안 올거라면서.
이별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어느 날 , 아버지의 밴드, 쇼와 더비즈가 해체했다.
“그럼 칸나짱이랑은 이제 못 만나…?”
그렇게 말하는 나의 어깨를 붙잡고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언젠가는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라이벌이 되고 싶었다. 칸나짱은 언제나 반짝거리고 있었으니까. 열정이 있었으니까.
제멋대로인 독주에, 형편없는 연주. 어린아이 치고는 이라는 말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천재는 아니었던 칸나짱이, 나는 좋았다.
혼자 두면 손이 터질 때까지 연주하고 피를 사방에 흩뿌려 대면서도 손에 느껴지는 고통보다도 연주가 잘 안된다며 울던 칸나짱은 친구가 없었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히어로였다.
”칸나짱은 친구랑 안놀아…?”
“안 놀아. 걔들은 변변찮은 연주도 못하잖아.”
“하, 하지만 다들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는데…”
“남의 시선 때문에 인간관계를 맺을 바에는 차라리 죽을거라고, 우리 아빠도 그럤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고작해야 어울리지 않는걸로 남을 깔보는 녀석들이랑은 친구할 생각 없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밴드 멤버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칸나짱은 어쩐지 빛나는 것 같았다. 반짝거리면서, 아름다운 빛을 쏟아내는 유성. 스스로를 불태우면서도 주변을 밝히는 모습에 나는 매료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칸나짱의 연주는 자유롭지 않았다. 타인의 비위를 맞추고 타인의 실력에 맞추고. 신경쓰는 것이 너무 많아서 탁한 음색을 내뱉고 있었다.
“…답답한 연주를 하게 됐슴다. 칸나짱.”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다. 분명 나는 질투가 났던거다. 그 자리에 있던 것이 내가 아니라서.
칸나짱의 곁에 있는게 내가 아니라서. 칸나짱이 선택 한 것이, 내가 아니라서.
눅진하게 눌러붙은 짜증을 음악에 싣는다. 그것만으로 별은 빛을 잃는다.
하지만 이미 빛을 잃어버린 별에 어떻게 하면 불을 지필 수 있을까. 우리는 분명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서투르게. 음악으로 보여줄 수 밖에.
거꾸로 뒤집힌 밤하늘이 쏟아내린다. 칸나는 직감했다. 미온은,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건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너무 서투르지 않은가. 끝이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밤하늘을 그려내는 DJ의 음악에 하찮은 이들의 연주따위는 모두 집어삼켜진다. 시간과 공간이 녹아내리고 관객도 공연자도 모두가 사라져 부질없이 단 한명이 자아내는 바람에 흩날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자신을 잃지 않게 정신을 꽉 붙들고 찢어지는 듯한 함성을 보내는 것 밖에 없으니.
그래, 인정하자. 이 좁은 무대 위에서는 그녀야말로 초신성이다.
무네노리를 해산하고. 좀 길게 생각했었거든. 내가 하고 싶은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뭐 그런것들 말이야.
그 결과가 이거란 말임까?
내가 하고싶었던 것만 선명해지더라. 나는 록으로 돈을 벌고 싶었던게 아니야.
고독을 씹어도 그냥 연주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었슴다. 우리는.
너나 나나 음악을 하는건 있을 곳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어.
자기 의지로, 자신만의 길을 끝없이 개척한다.
그날 우리가 봤던 건 그거야.
거기에서 록을 느꼈고...
하고싶은걸 겨우겨우 찾아냈지. 1년 넘게 걸려서 말이야.
그게 뭐였음까?
자유로움을 느끼는 거야. 내가 이 노래를 어디까지 끌고갈지를 시험하면서.
시시함다.
나도 알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 노래는 정돈되어있고.
글러먹은 주제에 제대로 청춘을 노래하지.
그런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어땠어?
...몰라서 묻는검까?
록이었슴다. 저보다 훨씬 더.
패배자는 한명, 원하는 멤버를 가지고 오는 룰이었지?
이오리씨라면 이미 돌아갔고 쿠온씨도 갔슴다.
난 나한테 진 dj따리한테 진 패배자년들은 관심없어.
그거 엄청난 우연 아님까? 마침 여기에 패배자에 무직인 년이 있는데.
미온.
왜그러심까?
나랑, 평생 밴드해줄래?
...치사하지 않슴까?
락밴드는 치사한 법이지.
...? 이 시간에 뭐하고 있어?
그냥 좀 옛날 생각
미유씨 치왓스
아 미온도 있었구나
있었구나는 뭠까 상처받았슴다
그냥 좀 같이 산책하러 나온거야. 너야말로 이시간에 여기서 뭐하고있는건데
정신없이 치다보니 스튜디오 폐점시간이라 너네집에 자러가는길
...
이해함다. 절묘한 위치 아님까 거기. 참고로 유이씨도 외서 자고 있슴다.
우와 빠르네... 근데 잘 곳은 있어?
없으니까 꺼져
이 시간에 혼자 들어갈 수있는건 넷카페뿐인데 친구를 거기로 보내게?
처음부터 일찍 나오면 됐잖아.
우리 집은 스튜디오가 없어서 안되거든요~ 그래서 뭐하고 있던거야 둘이서?
얼마 전에 칸나씨 친구 만나지 않았슴까
그랬지?
듣자하니 친구의 친구분이 실종상태인 모양이라.
큰일이잖아. 경찰에는?
나보다 더 똑부러진 녀석이니까 당연히 했을거야. 흔적같은게 나온모양이라 괜히 걱정되네.
...거짓말을 하고있구나.
뭐 이런건 칸나짱 엄청 티나니까 말임다
뭐 대강 이해는 되는데. 그렇게 신경쓰이면 직접 가보는 건?
...됐어. 이미 늦었는데.
칸나짱도 진짜 귀찮은 여자가 된것 같슴다.
옛날엔 아니었어? 중학생때는 이런 느낌이었다구.
말도 머십쇼. 엄청났슴다 진짜.
둘다 제발 좀 닥쳐 그냥. 가는길에 편의점 쏠테니까.
아 그럼 하겐다즈 좀 사주십쇼. 한달치만
난 포피파 무도관 티켓예매해줘
둘다 필요없다니 친구를 잘뒀다니까
"오토하, 최근에는 베이스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아, 네!!! 어머니... 그,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고 하셨기에..."
"어머나, 역시 우리 오토하는 예전부터 참 호기심이 왕성했으니까요~"
그 아이는 평범했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요, 남달리 눈에 띌 만큼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조용히,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태어나는 것과 동시에 등에 짊어지게된 가문의 짐은 언제나 그 아이의 목을 짓누를 뿐. 어떤 성과를 내더라도 그것은 '무코하라의 후계자'가 이루어낸 것. 당연히 이루어내야만 하는 것.
오토하는 풍요 속에서 자라났다. 그녀의 집은 저택이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크기와 정적을 품고 있었고, 식탁에는 계절을 앞서는 과일이 늘 먼저 놓였으며, 그녀가 입는 옷은 한 번도 매장에서 고른 적이 없었다. 세상은 그녀에게 언제나 미리 정돈된 답지를 내밀었고, 그 속에선 선택이란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그런 악기는 사교계에서 필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거라 믿어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질 수 있도록 정해진 범위 내에서였다. 그녀가 말한 욕망은 항상 어딘가에서 정제되고 다듬어져 나와야 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가장 부드러운 주파수로만 존재해야 했다. 크고 또렷한 소리는 예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울음은 철부지의 징표라는 명목으로 금지되었다.
"오토하."
그녀는 칭찬받는 법을 먼저 배웠고, 기쁘다는 표정이 어떤 때에 가장 적절한지 먼저 익혀야 했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은 배울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자신이라는 존재를 얼마나 억제하고, 덜어내고, 깎아낼 수 있는지를 철저히 훈련받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더 이상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의 기대, 어머니의 기준, 주변의 감탄과 시선들 속에 오토하라는 이름은 점차 지워졌고, 그 자리를 ‘완벽한 자식’이라는 껍데기가 차지하였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요?"
그녀는 자유를 꿈꾸었다. 아니, 어쩌면 자유라는 단어의 실체조차 모른 채 그 단어를 갈망했다. 그것은 마치 벽에 걸린 그림 속 바다와 같았고, 손 닿을 수 없는 투명한 창 너머의 하늘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 갈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며, 속으로는 조용히 틈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작고도 우연한 균열 하나로 인해, 마침내 그녀의 내면은 작게 울기 시작했다.
아아, 언제나 이래. 사실 원하는 것은 언제나 알고 있으면서도 저 빛나고 있는 눈동자에 비춰지고 있을때면 마치 깊은 바다속에 빠져있는 것 처럼 숨이 막혀와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래, 그만두자. 밴드따위 저급한 것은 그만두자. 나는, 무코하라재벌의 후계자니까.
이런 장난에 취해있어서는 무엇도 이룰 수없으니까.
"그... 아, 알겠..."
"선배."
익숙한 목소리다. 최근에는 이 목소리에 눈물 흘리기도 했었지. 혹독하고, 때로는 상냥한 목소리가 시끌거리던 회장을 반으로 갈랐다.
"집에 가죠."
돌아본 곳에는 네명의 소녀들이 서있었다. 맞지 않아 불편해하던 신발을 벗어버리고 방금까지 예절을 차린다고 웃어대던 가식을 내려놓은채. 분명, 이 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네사람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오토하의 친구분들이었죠? 그게 무슨소리인가요?"
"선배네 어머님이었죠? 아 네. 뭐. 어르신 분들이 대화하는 자리에 저희같은 어린애들이 끼어있어봐야 무슨 말을 할까 해서요. 집에 갈까 하는데."
"그럼 차를 준비해줄게요. 오토하, 친구가 가는데 인사는 해야지."
"어? 그, 그게..."
"오토하씨 안갈검까? 가면서 라멘먹기로 하지 않았슴까. 여기 밥 개맛없다고 했으면서."
"뭐 오랜만에 어머니랑 만난거니까. 선배 마음도 약하고."
"...오토하는 더이상 어디에도 가지않을거랍니다. 한달하고도 조금 더 되는 기간이나 놀았으니. 이제 집에 가야죠."
"계속 자기를 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세시간이나 있었는데 이제 집에 가야죠."
"선배, 갑시다."
스테이지의 구석, 나의 자리는 언제나 이곳이ᄋᅠᆻ다.어깨에 멘 검은 베이스 기타는 몸보다 약간 커서, 마치 내 존재를 숨기려는 듯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 자리를 바꿔, 무대의 정 중앙에 선 지금도 손끝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걱정하지마!!! 오토하짱이라면 괜찮을거야!”무대에 올라오기 직전, 유이가 그렇게 말했을 때엔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나도 안다. 저 사람들은 음악 같은 건 그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뿐이다.
콩쿠르에서 상을 받아도, 그건 "사교계에서 도움이 되니까"라는 이유로 겨우 인정받은 것 뿐, 내가 정말로 원했던 건 아니니까.그렇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베이스친구를 선택한 그날 밤부터, 나의 방 안엔 차가운 공기만 감돌았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결정했으니까. 다짐했으니까.
드럼이 시작을 알린다.리더가 카운트를 세고,모든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가슴 속에 작은 불씨를 지핀다.
그리고, 베이스가 울린다.
첫 번째 음.깊고, 무겁고, 그리고 떨리고 있었다.검지와 중지가 교대로 줄을 튕길 때마다, 가슴 깊이 가라앉아 있던 말들이 조그만 소리로 떠오른다.왼손은 망설임 없이 지판을 더듬는다.하지만 손끝에는, 그녀가 오래도록 억눌러왔던 감정이 스며 있었다.
부모님은 스튜디오 너머, 유리창 건너편에 있었다.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분명히 들리고 있었다.——“쓸데없다.”——“그런다고 뭐가 되겠니.”그 소리들이, 수없이 반복해서 기억 속에서 울렸다.
그래도, 그래도.
‘이 소리가, 나라는 사람의 목소리야.’
“...조용한 방, 쏟아지는 햇빛. 난 그저 가라앉듯이 숨을 죽이고 있어”
소절이 끝나는 틈에,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렀지만,자신도 그것이 눈물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땀일까, 눈물일까, 애매한 따스함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왔다.
“인정받고 싶었어. 그저 그뿐인데.
아무 말도 못 한 채로, 그림자가 되어 사라져가.”
한마디, 또 한마디. 이어지는 베이스라인을 쫓아 필사적으로 부르고 있지만, 조명이 눈부신 탓에 앞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귀를 막아도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가 아무 의미 없다며 날 책망하는 것 같아도.“내 마음을 울리는 이 베이스 라인으로!!! 누군가가 아닌, 나로 살아가고 싶어!
어렵다. 유이는 대단하네. 평소에도 이런 부담감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구나. 푸르고 붉은 펜 라이트 사이로 무표정하게 굳어있는 얼굴이 보였다. 그래, 이건 환상이다. 내 안의 공포가 만들어낸 환상. 아무리 그런 식으로 말을 해도 이런 곳에 두 사람이 올 리가 없는데. 나는 대체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던걸까.
”닿지 않아도 계속 외칠거야!!! 이 소리가, 나의 증명이니까.“
그리고 마침내 솔로가 찾아온다.모든 소리가 한순간 멎고, 스튜디오엔 고요함이 내려앉았다.그 고요를 채우는 건 베이스의 소리뿐.
그녀는 프렛을 누른 채, 곧장 회장의 한 구석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울렸다. 떨리는 소리를, 마치 기도하듯.
——이것이, 나라는 인간의 전부.
마지막 음을 연주한 뒤, 그녀의 손은 천천히 멈췄다.소리의 여운이 사라질 즈음, 저쪽에서 무언가 움직였다.아버지가, 아주 조금 고개를 끄덕인 듯했다.
그게 환상이었더라도, 그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이제는, 침묵하지 않겠다.소리로 말해나가리라.
"...찰리 채플린이라고 아시나요? 유명한 희극 배우. 예. 맞아요. 무성극 시절에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미디계의 거장이죠. 아무튼 채플린이 처음 무대에 선건, 고작 그가 다섯살때라고 합니다. 열세살엔 학교를 그만두었고 희극인의 길을 걸었죠."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오토하의 곁에서 칸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곳은 라이브 스테이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올라온 것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딱히 채플린처럼 되고싶은건 아닙니다. 저도, 여기 울고 있는 오토하도. 채플린이나 길모어 처럼 되고 싶다던가하는 그런 커다란 꿈은 분명 처음 기타를 잡은 순간엔 없었을테니까요."
"그럼 무엇이 저희들을 이 무대 위로 이끌었을까요. 채플린은 무얼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을까요. 채플린이 본것과 지금 우리가 보고있는 풍경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요."
강렬하게 찢어발기는 스트로크. 천천히 울리던 멜로디가 점점 격정적으로 변해간다. 자칫 경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연주였음에도 그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게 마치 이곳을 뭉개버리겠다고 선언하는듯한 도발적인 연주. 천성적인 솔리스트인 오토마치 칸나에게는 누군가를 끌고가는 재능따위는 없었다.
"방금의 노래, 오토하선배가 직접 만든 곡이에요. 저희가 평소에 하는 거랑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짓누르고, 뭉개버리고. 호흡 한번에 합주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음의 폭력. 야생마에 가까운 거친 연주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 그렇기에 무대위에 선 이들은 매료되는 것이다. 저것에 가까이가면, 분명히 온몸을 불사르게 될거란 걸 알면서도. 새까만 밤하늘에 고고하게 떠오른 별빛에 닿으려 한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확실히 닿은 것 같네요."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미유였다. 익숙한 전개다. 정말이지 저녀석은 바보 천치가 틀림없다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지폈다. 조명의 열과 격한 움직임으로 땀에 범벅이 되어버린것도 잊은채 소녀는 그저 무아무중이 되어 드럼에 열중했다.
그 다음은 미온이었다. 그녀는 이것을 바라고 있었다. 모든것을 압도하고 지나치려하는 모든것을 불사르면서 이윽고 자기자신의 목까지 조르게 될것 같은 연주에 매료되어 평생을 달려온 소녀에게 과거의 칸나가 돌아왔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었다.
아직 이런 폭주에 익숙해지지 못한 유이가 느릿하게나마 리듬을 따라 열차에 올랐고 이윽고 무대 위에 홀로남아 아무것도 하지않는 것은 오토하 뿐이었다.
서로를 물어뜯어 죽여버릴것 처럼 연주하는 개개인의 기량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베이스가 비어있는 밴드는 공허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잘 아는 것은 오토하 본인이었다.
채플린은 어째서 무대에 섰을까.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았더라도, 채플린 정도의 인간이 실패하는 삶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일까.
오토하는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없었다. 무대를 쓸 수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누군가의 눈물이나 가정사를 들으러오는 관객은 없으니까. 연주해야한다는 의무감이 8할. 나머지는 잘 모르는 채로 고개를 든 그곳에는
별의 바다가 있었다.
넘실거리는 별빛이 그곳에 있었다.
"아카바네 오토하아아아아아아!!!!!!!!!!!!!"
'왜 굳이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것은 기타리스트의 특권인가? 그것만큼은 아니다.
록밴드에 있어, 주역이 될 수 없는 악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롭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은 존재한다.
밴드를 지배하며 야생마에 목줄을 채우고 길들이는 자리에 있는것은- 명실상부 베이시스트였다.
단 한번. 단 한번 소리를 냈을 뿐인데도 묵직하게 울리는 존재감이 벽을 타고 모습을 드러낸다. 막무가내로 내달리던 네마리의 짐승들은 갑자기 채워진 목줄에서 벗어나려는듯 그 기세를 더해가지만, 풀려나지 않는다. 풀려날 수 없다. 그녀는 고고하게 선채 짐승을 위한 우리를 준비한다.
얼마나 날뛰어도 상관없다는 듯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슬랩으로 난장판이던 무대를 정돈하기 시작한다. 허나, 짐승들 역시 멈추지 않는다. 이곳에 선 이유가 무엇이냐. 이 무대에 올라온 이유가 무엇이냐. 말하지 않아도 다섯명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나의 음악으로 저새끼들을 부순다!"""""
서로가 바라보는 대상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것만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는 여흥을 위해.
누군가는 만족을 위해.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그리고 이 무대의 주인은 바란다.
징정한 자유만을. 채플린 역시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오토하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스타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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